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이 또 다시 결렬되면서 국정 공백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새누리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 이후 여야는 대립각만 세우면서 두 차례 처리시한을 넘긴 데 이어 3일 열린 협상마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무산됐다.

여야간 쟁점은 방송통신위원회 일부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이다. 새누리당은 IPTV(인터넷TV), 종합유선방송국(SO), 일반 채널사업자(PP), 위성방송 등 비보도 방송 분야 업무의 미래부 이관을 주장하는 반면 민주통합당은 방송 공공성과 공정성 침해를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3일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이 문제를 풀지 못했다. 여야는 모두 이미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며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비보도 방송 분야 업무를 누가 담당하느냐가 국정 공백을 초래할 만큼 중차대한 문제인지 짚어볼 일이다. 기능적 업무는 어느 곳에서 담당하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다만, 공정성 문제에 접근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은 제도적으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정부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것 자체가 공정성을 침해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쟁점의 핵심인 공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국정 큰 틀에서 볼 때, 이 문제는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다. 지엽적인 문제로 국정공백을 초래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당리당략에 치우친 정치공방에 불과하다.

여야의 논리를 벗어나서 객관적으로 접근할 때 국정 공백을 조속히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국정 공백의 책임은 여야 모두의 책임이나, 무게 중심은 야당에 기울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인사와 조직 개편 권한은 정권을 이끌어가는 대통령의 몫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특히 대선을 통해 국민이 박 대통령을 지지한 만큼 야당이 국가와 국민을 앞세워 반대논리를 합리화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정부 가동을 정상화한 이후, 지엽적인 문제를 풀어가도 늦지 않으며, 해결 방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산적한 국정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상적인 정부 가동이 필요하다. 만일 민주당이 집권한 상황에서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역지사지로 판단해보면,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라고 비판했을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민주당의 대승적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여당 또한 야당의 요구에 대해 수용 불가라는 강경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타협과 절충의 정치를 실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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