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6장 위조해 당첨금 12만원 챙겨 - 신분 세탁, 지자체 속여 노령연금·장수수당도 수령

백발과 흰수염으로 분장, 겉모습만 봤을 때에는 정정한 90대 노인이었습니다.”

증권·문서 위조 혐의로 교도소 신세를 진 50대가 신분세탁을 통해 90대 노인으로 변신, 노령 연금과 장수 수당을 챙겨오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청주흥덕경찰서는 5일 법원을 속여 가족관계등록 창설 허가를 받은 뒤 위조 범행을 저지른 안모(60)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증권과 문서 등을 위조, 징역 2년을 복역한 뒤 2005년 교도소에서 출소한 안모(60)씨는 마땅한 직업을 구하지 못해 노숙을 하며 끼니를 이어갔다.
그것도 잠시, 노숙생활을 하던 그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데 왜 이런 생활을 하느냐. 고령 지원금을 받아 생활하라는 주변의 말에 신분세탁을 결심했다.
안씨는 천애의 고아 행세를 하며 청주 한 교회 목사에게 접근했다. 이때 자신의 나이를 90(2005년 기준)라고 속였다.
안씨는 이 목사의 도움으로 20066월 법원에서 성·본을 창설한 뒤 20093월 새로운 가족관계등록(호적) 창설 허가를 받았다. 이때 등록된 안씨의 출생연도는 1915년이었다.
그의 본격적인 신분세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20093월 청주 상당구청에서 가공의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신분이 탄로 나지 않도록 지문이 손상된 것처럼 속이기 위해 접착제를 사용해 지문을 손상시켰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 데 성공한 그는 이때부터 지난 1월까지 48개월간 모두 2285만원의 기초 노령 연금과 장수 수당, 기초생계비를 지원받았다.
TV 인기프로그램인 노래자랑에 참가하고, 교양프로에도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대담하게 90대 노인 행세를 하며 지냈다.
치밀한 그의 범행은 지난해 12월 청주시내 복권 판매점 6곳에서 위조된 연금복권이 발견되면서 들통났다.
복권 위조 사건을 수사하던 흥덕경찰서는 ‘TV에 출연한 적이 있는 90대 노인이 위조 복권을 갖고 왔다는 제보를 입수, 지난 117일 안씨를 검거했다.
백발에 허연 수염, 이마와 미간 등 얼굴을 뒤덮은 주름과 검버섯은 경찰도 혀를 내두르게 했다.
안씨는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도주했고, 경찰은 지난달 28일 전북 완주군의 한 교회에 숨어 있던 안씨를 붙잡았다. 조사 과정에서 그의 위조된 가짜 신분도 탄로 났다.
100세 가까운 노인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권을 정교하게 위조한 것을 의심한 경찰이 동종 전과자를 조회, 그의 진짜 신분을 찾아낸 것이다.
19996월 유사한 방식으로 복권을 위조했다가 붙잡힌, ‘수사기록상의 안모(당시 46)역시 백발에 흰 수염을 한 모습이었다.
경찰은 안씨의 열 손가락 지문이 그의 진짜 신분의 호적 지문과 일치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안씨는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고 1975년 복권을 위조했다가 붙잡혀 징역을 사는 등 이때부터 각종 위조죄로 교도소를 들락날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안씨가 출소 이후 위조 범죄를 추가로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행적을 중심으로 여죄를 캐고 있다. <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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