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영 자 수필가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진화하고 있다. 그 진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보니 나 같은 사람은 이것이 현실인가 꿈인가 분간하기 어려워서 어리둥절하게 된다.

엊그제 TV를 통하여 황당한 장면을 보고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아 어찌된 일인가 의심했는데 신문기사로,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보니 분명히 꿈은 아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의 센터시어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지식 공유 콘서트(TED)에서 미국 MIT박사과정 중이며 삼성전자 선임연구원으로 있는 유일한 한국인 이진하(26) 연구원이 자신이 개발한 스페이스 톱(Space Top)’이라는 기술을 소개했다. 디지털과 현실세계의 경계를 없앤 최첨단 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그는 투명하게 비치는 컴퓨터 모니터 안에 두 손을 넣어 파일들을 만지고, 책장에서 책을 고르듯 컴퓨터 문서 폴더를 찾아 넘기고 있었다. 스크린에 비친 문서에 적힌 단어들을 손으로 직접 옮겨 편집하는 장면도 펼쳐졌다. 조각품, 시계 등의 물체들을 직접 만지고 광고 속의 시계를 손목에 차보는 등 깜짝 놀랄 일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척척 다루고 있었다. 앞으로 온라인쇼핑몰에서 산 물건이 맞지 않아 환불하는 일 같은 걱정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인간의 움직임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발레 동작을 원격으로 배울 수 있다고도 했다.

컴퓨터가 많은 지식의 보고이며 무한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실감하고는 있었지만 이번 스페이스 톱을 대하는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CNNBBC등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도 이 씨가 이번에 소개한 신기술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고 하니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현지 블로커들도 이 연구원이 선보인 기술에 찬사를 보내며 미래의 컴퓨터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보여준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했다고 한다. 발표 마지막에 남긴 이제 남아있는 장벽은 오직 우리의 상상력입니다.” 라는 말이 자꾸만 되뇌어 진다.

한 달 전쯤 TV를 보다가 정말 실감나지 않는 장면을 대하고 머리를 한대 세게 맞은 듯 큰 충격을 느꼈다. 프린터라고 하면 내 머릿속엔 평면적인 종이에 글자나 그림을 찍어내는 것으로 만 생각했다. 그런데 3D 프린터라는 것으로는 3차원의 입체적인 상자를 만들고 장난감을 만들어 끄집어내는 장면이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지만 그것은 현실이었다. 로봇을 만들고 자전거를 프린터로 찍어내어 실제로 탈 수 있다니 이런 충격이 어디 있는가.

이미 3D 프린트로 비키니, 신사 숙녀 구두도 나왔단다. 미국의 박물관 연구소에서 값이 나가는 역사적인 유물들의 복사판을 만들어 냈다.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 동상의 복사판도 프린트해서 만들어냈단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던 대형 아날로그시계도 프린트 해냈다. 3D 프린터가 이렇게 정밀한 기계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미국의 어비 하이브리드 자동차 몸체가 프린터로 생산 되었다는 꿈같은 이야기가 꿈이 아닌 현실이라니 말이다.

3D로 프린트한 인간의 턱뼈도 선보였다. 고령 환자의 아래턱뼈를 재고, 디자인하고. 이를 프린트하여 수술에 성공한 사례다. 사고로 손을 잃어버린 사람이 다른 손과 똑 같은 손을 프린트해서 쓰고 있고, 신체의 어느 부분이든지 이제는 칼슘과 인 등 뼈의 구성 물질을 그대로 3D 프린터에 넣고 프린트해서 수술을 한다. 이렇게 프린트한 물질이 뼈와 아주 가까워서 몇 개월이지만 뼈처럼 아무는 성과도 이루어냈다.

이제 앞으로는 모든 빌딩을 3D로 프린트해서 지을 수가 있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3D 프린팅 기술은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통한 ‘3차 산업혁명을 예고한다. 제품 출시기간까지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니 그것은 반가움일 수도 있고, 부담일 수도 있으며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각성의 시간이기도 하다. 어쨌든 즐거운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다.

상상력은 딱딱하게 굳어버리거나 잠들어 있는 두뇌를 부드럽게 유연하게 만들어 준다. 세상은 상상력에 의하여 발전하고 진화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일을 뒤집어 생각하고 다르게 상상하다보면 또 다른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꿈을 가져라.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앙드레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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