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기 원 신성대 교수

징크스(jinx)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불길한 일이나 재수 없는 일 또는 (흔히 경기 따위에서) 으레 그렇게 되리라고 일반적으로 믿고 있는 악운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징크스란 불길한 징조를 일컫는 것이다.

필자의 백부는 올해 85세인데 그동안 생신잔치를 안하셨다. 집안에 큰 어른이시라 자식들도 그렇고 친척들도 육순, 칠순 때 가까운 집안 식구들끼리 모여 식사라도 하자고 말씀드렸지만 단호히 거절하셨다. 팔순 때 어렵사리 동의를 얻었다며 연락을 했던 사촌동생이 잔치 3일전에 아버지께서 반대하신다며 취소 통보를 했다. 팔순이 다가오자 백부께서는 마음을 바꾸신 것이다. 둘째이신 필자의 아버지 역시 형님이 잔치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잔치를 안하셨다. 팔순인 재작년에 가까스로 아버지의 허락을 얻어 날자를 잡고 친척들에게 연락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3일전에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버지께서 잔치를 못하겠다고 통보를 하셨다는 것이다.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억지를 부리다시피해서 예정대로 팔순잔치를 진행했다. 잔치라고 해봤자 별것 아니었다. 어릴 적 같이 놀던 4촌들 가족까지 불러서 함께 점심식사하고 헤어지는 것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버지께서 전화로 기원아 네 말대로 했더니 좋았다라고 하시곤 끊으셨다.

지난해 추석 백부댁에 가서 문안인사를 드리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잔치를 하지 않으신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신씨네는 명이 짧고 손이 귀했으며 그 중에서 할아버지께서 가장 오래 사셨는데 육순잔치를 하고 이듬해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백부께서는 잔치를 하면 명이 짧아진다는 아이러니한 징크스를 갖고 세상을 사셨던 것이다.

올해 50세인 여동생은 몇 년 전 필자에게 자기는 학창시절이후에 계속 나는 40세까지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고 고백하였다. 어처구니없어 하는 필자를 보며 동생은 심각하게 외할머니도 40세 이전에 돌아가셨고 엄마도 만 40세에 돌아가셨잖아. 그래서 나는 우리 집안 여자들은 외가쪽 영향으로 일찍 죽을 거라고 생각했었어라고 하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는 동생이 안쓰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동생은 이제 40살이라는 징크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필자는 산행을 할 때면 반드시 화장실을 먼저 들른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산행을 시작하려고 하면 꼭 배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작은 산이라도 오르면 산행하는 내내 몸과 마음이 불편하다. 마치 뭔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기분 나쁜 분위기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습관이 그렇게 들어서 그런지 뇌도 산에 올라가기 전에는 자동적으로 화장실 가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 같다. 산에 갈 때 마다 느끼는 징크스이다.

징크스는 일종의 스트레스와 같은 것이다. 록펠러대학 생물학과 교수인 브루스 맥웬은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스트레스는 신체를 보호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은 주변 환경을 경계하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라고 하였다. 그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스트레스가 주는 신호를 알아내고 사고나 불행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대비를 해나간다면 상황을 반전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육체의 근육이 단단해지는 것처럼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훈련을 계속하다보면 마음의 근육도 단단해져서 징크스를 깰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근육운동도 잘못하면 탈이 나듯이 마음훈련도 잘못하면 독단과 아집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할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