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다가 바다 뛰어들어…저체온증으로 숨져

 

 

군산 해양사고…9명 사망·1명 실종
9일 새벽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에서 불이 나 바다에 뛰어든 선원 9명이 숨지고 1명은 실종됐다. 사진은 군산해경 촬영 동영상 캡처.

 

 




9일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에서 불이 나 바다에 뛰어든 선원 9명이 숨지고 1명은 실종됐다.

배에 타고 있던 선원들은 화재를 진압하려다 실패하자 바다에 뛰어들었고 대부분 저체온증으로 숨졌다.

◇사고 경위

이날 오전 4시30분께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남서방 24㎞ 해상에서 놀래미 등 잡어를 잡던 20t급 201현승호에서 불이 났다.

선장 박덕열(51·경남 통영시)씨 등 선원 11명은 약 40여분 간 기관실에 난 불을 끄려다 실패했고 해경에 무선으로 화재 사실을 알리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오전 5시 20분께 현승호의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경비정과 해군 함선 등을 사고 현장에 보내 구조활동을 벌였지만 이날 짙은 안개 때문에 수색에 애를 먹었다.

특히 이날 해상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군산 해경의 구조헬기가 제때 뜨지 못했다.

사고발생 3시간여가 지난 7시35분께 해경은 바닷물에 빠진 9명을 모두 구조했지만 대부분 저체온증세로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심폐소생술 등을 시도했지만 병원으로 옮기던 중 모두 숨졌다.

당시 파고는 1∼1.5m로 비교적 잔잔한 편이었지만 해수 온도가 2도로 무척 차가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승호는 놀래미 등 잡어를 잡으려고 전날 새벽 충남 태안의 신진항을 출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고 늦고 짙은 안개로 피해 키져

선박 화재사고의 인명피해가 컸던 것은 짙은 안개로 인한 기상악화와 자체 화재 진압을 시도하다가 신고가 늦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이날 현승호에 화재가 난 시각은 오전 4시30분.

하지만 군산해양경찰서에 선박화재 신고가 들어온 시각은 오전 5시20분으로 화재 발생 50여분이 지난 뒤였다.

선원들은 선미 기관실에서 화염이 일자 전기를 차단한 뒤 자체적으로 진화 작업에 나섰다.

이 와중에 탱크 유량 게이지가 파손됐고 기름이 흐르면서 불은 삽시간에 번졌다.

선원들은 불이 번지지 않은 선수 쪽으로 이동한 뒤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모두 바다에 뛰어들었다.

기관실에서 난 불을 끄려다 진화에 실패한 박 선장이 해경에 뒤늦게 무선으로 화재 사실을 알렸다.

이들은 신고를 한 뒤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어 구조를 기다렸지만 결국 기상악화로 구조가 지연되는 바람에 목숨을 건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해상에는 전방 시야가 400여m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끼었고 이로 인해 해경의 구조헬기가 제때 뜨지 못했다.

또 짙은 안개 탓에 경비정과 해군 함선도 선원들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

해경 구조 전문가들은 "수온이 영상 2도일 때 최대 생존 기간은 45분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구조되기까지는 1∼2시간이 걸렸다.

만약 짙은 안개가 끼지 않았다면 해경의 구조헬기로 구조시간이 단축돼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짙은 안개로 제때 구조헬기가 뜨지 못한데다 현장에 달려간 경비함들도 안개 때문에 차가운 물에 빠진 대원들의 수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라면서 "기상 상태가 좋았더라면 대부분 살릴 수 있었을 텐데..."라며 침통해 했다.

◇사망ㆍ실종자 명단

화재로 숨지거나 실종된 10명의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숨진 사람은 선장 박덕열(51ㆍ경남 통영시), 선원 윤영두(45ㆍ부산 사하구), 최준호(39ㆍ인천 웅진군), 장규정(30ㆍ서울 중랑구), 조성훈(43ㆍ부산 동구), 이은규(56ㆍ부산 서구), 김영포(48ㆍ부산 서구), 허창길(30ㆍ부산 서구) , 장철민(45ㆍ울산 울주군) 등 9명이다.

실종자는 선원 양영덕(51ㆍ서울 중랑구)씨로 밝혀졌다.

숨진 선원 9명은 현재 군산시 미룡동 은파장례식장에 안치됐고, 생존자 양씨는 군산시 지곡동 군산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해경은 현재 사고해역에 함정 10여 척과 헬기 2대를 투입, 실종된 양씨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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