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호 논설위원·청주대 명예교수

지난 225국민행복의 새 시대를 기치로 내 걸고 출범한 박근혜 정부호가 정부조직법 개편에 대한 여야대치로 망망대해(산적한 국사)에서 전진을 멈추고 있다. 39일 째이다. 살아 있으되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인간과 같은 모습이다. 그래서 식물국회’, ‘식물정부라는 오명이 붙여졌다.

여야대치의 쟁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어디에서 관리하느냐. 구체적으로 드라마를 비롯하여 방송의 채널을 실어 나르는 플랫폼을 어디에서 관장하게 하느냐(MSO)’이다. 국정최고책임자와 여당인 새누리당은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소속되게 하자는 것이고, 제일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현행대로 방송통신위원회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방송을 진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하기위해서는 SO를 반드시 독임제인 미래창조과학부로 이전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고, 야당은 방송의 장악 위험을 막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합의제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존치케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O는 프로그램은 개발하지 아니하고 방송채널을 배정하는 것을 핵심기능으로 한다는 점에서 방송의 공정성 문제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사안을 빌미로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개점휴업하게 하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의 담화문이 발표되었고 조찬기도회에서 믿고 맡겨달라고 호소하였지만 요지부동이다. ()대 강()의 이전투구만 계속되고 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논의되지만 전시와 재난 등의 비상상황이 아닌 한 여야 합의에 의하여 의안을 상정한다.’고 규정한 국회선진화법(18대 국회에서 제정)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지난 18대 개원을 1개월이 넘도록 허송세월 한 뒤에 개최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놓고 정부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리민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하겠다던 국회의원들이 국리민복이 아닌 당리당략에 몰두하고 있는 형상이다. 주권자인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국민부재 정치가 재연되고 있다. 오호통재(嗚呼痛哉)이다.

논어에 나오는 말을 빌릴 것도 없이 정치는 바름을 행하는공적활동이다. 바름을 행한다는 것은 사익이 아닌 공익을, 불의가 아닌 정의를, 당리당략이 아닌 국리민복을, 주관적이 아닌 객관적인 판단 등을 잣대로 하여 공공계획이나 정책을 산출하고 효율성의 극대화를 도모하는 활동을 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국리민복 또는 국태민안의 구현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은 국가나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국민을 주인으로 삼고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하는 공적인 심부름꾼들이다. 그들은 자의로 공적인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나섰고 유권자들은 선거를 통하여 적임자로 채용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국가와 국민만을 바라보고 일을 하여야 한다. 정부조직개편안 역시 국리민복 증대의 관점에서 검토하고 최선의 대안을 산출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인가는 자문할 것도 없이 그들은 정답을 알고 있다.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시일만 끌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자세라고 볼 수 없다. 그러니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본질에 맞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흔히들 정치는 타협과 협상의 산물이라고 말하면서 실제의 정치현장에서는 발목잡기나 힘겨루기를 거듭하고 있다. 표리부동의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그러고도 자기 지역구에 가서는 누구보다 철저하게 국정책임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여야는 국정표류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비겁한 행동을 탈피하고 국리민복을 기준으로 양식에 맞는 판단과 행동을 펼쳐야 한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대표들은 소위 SO를 왜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해야 하는가와 그리고 제일 야당의 대표들은 SO를 왜 방통위에 존치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하여 국민이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홍보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불성실에 대하여 통렬하게 반성하고 겸허한 자세로 최적의 대안을 도출하여야 한다. 정부조직법의 개편은 국리민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타협과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국가 경쟁력의 강화와 행정 효율성 제고에 대한 대안인 것이다. 나목에서 피어나는 봄철의 새싹처럼 소생하는 정치, 생명의 정치를 펼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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