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재 업 충북 남부지역 취재본부장

군수는 행정가이다. 정치는 얼렁 뚱땅 넘겨도 되지만 자치단체장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데 방점을 둔다. 왜냐하면 국회의원은 정부를 상대로 얼토당토 않은 질문을 하고 호통치는 말을 해도 면책특권 범위가 있어 아무런 책임이 없지만 자치단체장은 행위하나하나 모든 책임이 뒤 따르는게 다르다. 선거직이면서도 법적인 제재를 받는다는게 단체장과 국회의원이 다른점이다. 그래서 정치적 영역이 아닌 행정을 중시하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행정과 지방 자치단체의 행정이 다른게 단체 자치와 주민자치를 병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의 지방자치단체를 보면 주민자치는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고 인사권을 쥔 군수 왕국을 건설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민주적 선거제도를 통해 대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정당 공천제가 도입돼 탈을 불러 온 것이다. 중앙 정치권의 예속화이다. 정치를 하려면 권모술수가 능해서 감언이설로 유권자를 꼬드기는 능력이 탁월해야 한다. 이는 과거 소통이 안되던 시절의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보은군정을 살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바쁜 일정 속에 거품은 여기 저기서 크게 일고 있었지만 이뤄낸 속은 알차지 못하다. 특히 보은군의 예산 25%를 쓰는 농업분야를 혁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생산만으로 경제적 가치를 높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제까지 등한시됐던 농업의 문제는 판로개척이었다. 이를 타개하지 못하면 땡볕아래 고생은 농민이 하고 배짱이 처럼 그늘에서 노래만 하던 중간 상인들의 농간에 놀아 날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농산물이다.

그런데 보은군은 아무런 대책없이 농산물 유통회사를 내 팽개치고 속수무책으로 세월만 보내고 있다. 핑계거리는 많겠지만 군정의 목표 지향점을 세우지 못한데서 비롯된게 아닌가 한다. 또 군 행정의 기본틀이 잘못됐다. 경제정책실의 투자 유치계가 참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업무를 담당한다. 업무별로 틀을 짜고 전문성을 키워내야 하지만 보은군정은 짜깁기 흔적은 있어도 창의적인 게 보이지 않는다. 업무 중복이 너무 많다. 기술센터, 보건소, 복지과 등이다. 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일수록 효율성을 감안한 중장기적 군정 설계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임기 4년의 군수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행정을 하면 차별화는 물론 우매한 군민들이 불쌍한 것이다.

보은군은 비젼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농업군이지만 관광이나 체육을 내세워 군민의 소득증대를 꾀하겠다는 비젼을 제시해야 한다. 대들보를 세워 놓고 서까래를 걸쳐 집을 짓는 것 처럼 군정의 목표 지향점을 케치플레이즈로 내세워야 한다. 35000군민이 함께 손을 잡고 뛰면서 행정의 뒷 밭침으로 효율성을 배가시키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기획감사실은 군정의 컨트롤 타워이다. 군청직원으로 올라 갈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일 뿐 더러 전문행정의 달인만이 갈수 있는 것이다. 그 중요한 자리를 퇴임 6개월 한정된 자리로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

2012년 중앙정부의 특별 교부세도 옥천과 영동군이 보은군 보다 배가 더 많다고 한다. 이도 원인 규명을 해야한다. 국회의원의 몫인지 군정의 잘못인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문이다. 군수자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가 아니다. 군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보은군정 설계도를 그리고 그 곳에 주춧돌을 놓고 후임자들이 벽돌 한개씩 정성껏 쌓으면 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행정틀을 짜고 적재적소 인재를 배치하면 유명한 감독의 연출이 되는 것이다. 유명한 배우가 없어서 감독이 직접 배우로 출연, 연기까지 하겠다는 것은 조직력을 무너 뜨리는 행위 일뿐이다.

행정의 조직력을 살려 탄력을 받게하는 것이 장거리 경주에서 이기는 셈법이다. 부군수의 영역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재산 총괄관리관은 부군수이다. 유가증권 관리 계획을 세우지 않아 군정 재산이 축이 나고 있어도 강건너 불 구경만 할 뿐 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폐해는 군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정치가 군수는 부군수 영역을 잘 활용해야 하고 행정가 군수는 부군수를 임명할 필요가 없다.

엄연히 행정과 정치는 분리되는게 맞다. 일맥상통할 수 없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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