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충남 공주·보령·예산·홍성과 경북 포항, 울산, 봉화군 등에서 20여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랐다. 특히 포항 산불은 일부 주택까지 태워 15명의 사상자와 100명이 넘는 이재민을 내고 20여시간만에 꺼졌다. 이밖에 서울과 전북, 광주 등에서도 산불이 이어져 이틀 동안 모두 90ha의 산림이 불에 타고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일어난 1713건의 산불 가운데 58%993건이 봄철인 35월에 집중됐다. 원인별로는 입산자의 실화가 42%로 가장 많았고 논이나 밭두렁을 태우다 번진 경우가 18%로 다음이었다. 지난 주말 발생한 포항 산불도 중학생 3명이 낙엽을 모아 불장난을 하다 번졌고 공주 무성산 등 다른 지역에선 논·밭두렁이나 영농쓰레기를 태우다 산으로 옮겨 붙었다. 이처럼 해마다 봄에 산불이 집중되고 발화 원인이 비슷하다는 걸 알면서도 번번이 피해를 당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식목일에 아무리 열심히 나무를 심어도 산불이 나면 몇 십 년 가꾼 산림이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한다.

불이 난 산이 홍수조절 등의 기능을 회복하려면 수십 년이 필요하다. 산림이 타면서 내뿜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대기오염 역시 엄청나다. 이처럼 일단 산불이 나면 따지기 힘든 정도의 피해가 나는 만큼 불이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의 산불예방 홍보나 계도, 산불경보체계에 허점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산불로 번진 실화의 원인과 사례를 분석해 과학적인 예방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산불을 낸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나 배상책임을 강화해 경각심을 높이는 방법은 없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그래도 산불이 나면 초기에 불길을 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포항 산불도 진화장비 부족과 강풍 등으로 조기진화에 실패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예산·홍성 등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 동원 가능한 진화용 헬기가 부족해 무성산 산불에 뒤늦게 투입돼 초동진압에 애를 먹었다.

초기에 산불을 진화하려면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즉각 소방헬기가 출동해 물을 뿌리고 화재 진압 인력과 장비도 최대한 신속하게 배치해야 한다. 적어도 봄철만큼은 산림청과 소방서, 지방자치단체 뿐 아니라 경찰과 군 병력까지 유기적으로 협력해 산불 비상대비체제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관계기관이 상황 정보를 공유하고 산불 위험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해 불이 나면 곧바로 진화작업이 이뤄질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아직도 낡은 장비가 있다면 과감히 교체하고 컴퓨터나 인터넷 등 첨단과학을 이용한 진화시스템도 적극 개발해 활용할 일이다. 산불 피해로 유발되는 막대한 자연과 환경 피해를 생각하면 산불 방지에 기울이는 투자와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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