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산외면 이범노노인회장

낮에는 지게를 지고 농사일을 하면서도 밤이면 풍수지리에 푹 빠져 달인의 경지에 오른 이범노(70) 보은군 산외면 노인회장.

항상 웃는 얼굴이 트레이드마크인 이 회장은 덕을 쌓고 적선을 하면서도 명당 찾기에 공을 들인지 30여년 만에 산신의 정기를 받았다고 한다.

약관 20대 청년이던 그는 풍수지리에 밝았던 선친이 즐겨보던 고서 ‘옥척경’을 우연히 넘겨보다가 풍수지리를 알게 됐다. 이후 ‘지리대전’ 과 ‘설신부’, ‘지리요결’을 구입하고 한문지식이 짧아 옥편까지 사 놓고 밤이면 독서 삼매경에 빠져 들었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매화낙지, 장군대자, 선인독서, 선인옥수, 와우혈, 선익, 용혈, 사도혈 등을 읽히고 지도형세에 눈을 뜨면서 더욱 재미를 느꼈다.

이렇게 되자 낮에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농사일을 하고 밤이면 사냥개를 데리고 주변 산을 타기 시작했다. 밤새워 다니다 보면 어떤 때는 새벽이 훤할 때 귀가해 쇠죽을 쒀 주고나면 날이 새곤 했다. 이런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초등학교를 간신히 나온 이 회장은 학문이 짧은 한문 지식을 극복하기위해 몸소 산세를 익히고 체험하는데 열정을 기울였다. 단순히 재미가 있어 시작한 풍수지리 공부가 책을 갖고 익히는 게 아니라 체험을 통해 기를 받기 시작한 것이 남다르다.

독학으로 풍수학을 터득하던 이 회장은 55세 때 방씨(80) 노인을 만나서 귀동냥을 하며 깊이를 더 했고 보은 화성 한의원 이원기(83) 원장으로 부터 부족한 학문을 보충하곤 한다.

학문은 뒤 떨어지지만 산맥을 보고 명당을 찾는 일은 한수 위다.

산줄기가 눈에 들어오고 신령이 점지해 줘야 제 자리를 찾을 수가 있다고 한다.

산속을 헤매다가 명당을 찾으면 앉아서 쉬곤 하는데 그렇게 편안하고 훈훈하며 즐거울 수가 없다고 한다.

‘지기(地氣)를 느낀다’고. 이런 게 건강의 비결인지도 모른다.

그는 인삼·담배·고추 재배로 부지런을 떨어 1만5000평의 농경지를 손수 사들였다. 담배경작은 45단(1단 990㎡)으로 보은군에서 최고로 많이 했다. 억척스럽게 일을 해 돈을 모았다.

풍수학에 나오는 적선을 몸소 실천에 옮겼다. 가을 추수를 하면 어려운 가정에 쌀가마니를 돌렸고 나중에는 그만 주라는 핀잔도 들었다. 심성이 착해 덕을 쌓다보니 40대 때 연초조합 조합장에 당선돼 4연속 연임도 했다.

풍수답지 않은 돌 풍수들에게 속지 않기 위해 연구하고 체험을 통해 진짜 풍수가 됐지만 불쌍한 사람들에게 돈을 받는 풍수는 않겠다고 한다. 풍수로 돈을 받으면 죄를 짓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마을에 사는 50대 최 모씨가 우환으로 생사를 헤맬 때가 있었다. 실험삼아 조상의 산소를 파묘하고 ‘이장’을 했더니 신기하게도 씻은 듯이 병환이 호전됐다. 그 산소가 살인대왕천에 있었다고 한다. 죽기만 기다리던 최 씨는 이후 20여년이나 넘게 살았다.

그래서 조상의 산소가 잘 못 들면 뼛속 인이 분출돼 악귀가 된다는 속설을 믿고 있다. 좋은데 써야 하지만 찾을 수가 없어 대 부분 무해지기에 쓴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학문을 한 사람 9명이 좋은 자리라고 해도 산신을 받은 풍수 한명이 못쓴다고 하면 그 자리는 명당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산신도사’ 얘기를 줄 곳 듣는 이 회장은 스스로 “산신이 들어오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게 명당자리다”고 자부하고 있다.

산을 좋아하고 산신의 도움을 받아 명당을 찾는 눈을 떴다. 학문적(주역이나 역술)으로 많이 공부한 아들(검찰청직원)도 아직은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 자신이 모셨던 산신이 아들에게 옮겨가면 아들도 산세를 읽는 눈이 떠 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3대째 풍수지리학을 전수하는 것이 바람이다.

“명당길지를 얻으려면 덕을 많이 쌓고 적선을 하며 정성을 다해 좋은 자리를 찾으려고 할 때 하늘이 도와 길지를 내려주는 것이 신비한 풍수지리의 이치다”라고 풍수지리학을 요약했다.

아무리 좋은 곳을 찾고 싶어도 찾을 수가 없고 찾았다 해도 내 것이 될 수 없는 자리가 명당이니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충고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가 박빙을 논할 때 이 회장은 지인들과 대화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예언했다고 한다. ▶글·사진/임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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