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노동자 집안 출신…독일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 능통 - 버스 타고 소형 아파트에 살아…"신학에서는 보수적, 사회문제는 진보적"

 

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76)는 청빈과 겸손의 대명사로 불린다.

세계에서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라틴아메리카에서도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받는 아르헨티나 가톨릭 교회의 현대화를 이끈 대표적인 인물로도 꼽힌다.

지난 2005년 콘클라베에서도 유력 후보로 꼽혔으나 베네딕토 16세에 교황 자리를 내줬던 그는 8년 만에 소집된 회의에서 추기경단의 폭넓은 지지로 교황 자리에 올랐다.

사상 최초의 예수회(Jesuits) 출신 교황이자 미주 출신 첫 교황이라는 점에서 바티칸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는 1534년 창립 이후 교황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그동안 교황을 배출하지 못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몸담았던 예수회는 특히 교육 부문에서 가장 진보적인 교회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평생을 기도와 고행을 통해 봉사하며 살아가는 생활을 실천해온 그는 대주교 직에 오른 뒤에도 운전기사를 따로 두지 않는 청빈한 생활로 잘 알려져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실제로 그는 털털거리는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며 음식을 직접 만들고 누구나 그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대주교 관저에 살지 않고 작은 아파트에서 살아왔다.

그는 로마에 있을 때도 홍색과 자주색의 추기경 복장 대신 종종 수수한 검정색 예복을 착용하길 더 좋아했으며, 자신의 추기경 복장도 전임자가 쓰던 것을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자신의 교황명으로 청빈과 겸손으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를 택한 것도 이 같은 소박한 삶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1936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 출신 철도노동자 가정의 5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공립학교에 다니며 원래 화학 기술자가 되려고 했으나 스물두살이던 1958년 예수회에 입문해 수도사의 길을 걸었으며 산미겔 산호세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철학과 문학을 가르쳤다.

1969년 사제서품을 받은 그는 30대 시절 수도사로서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받아 1970년대 후반까지 아르헨티나 지방을 돌며 사목 활동을 했으며, 서른여섯살이던 1980년에는 산미겔 예수회 수도원의 원장으로 발탁됐다.

신학 수업 이외에 칠레에서도 인문학을 공부한 그는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후학 양성에 힘썼다. 그는 독일어와 스페인어는 물론이고 이탈리아에 능통해 로마에서 일하는데 의사소통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에 올랐으며 2001년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많은 분석가는 라틴아메리카의 이탈리아 이주 가문 출신인 그가 독일에서 공부한 점이 보수적 성향의 콘클라베에서 교황으로 선출되는데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그러나 교황청 관료제를 개혁할 적임자라는 점 때문에 개혁적 성향의 추기경들로부터도 지지를 확보했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웃사이더에 대한 큰 도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장 사목에 힘써 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형적 학자 타입인 전임자 베네딕토 16세의 대척점에 서 있다면서 "따뜻한 목자 같은 인물로 의사소통을 잘하기 때문에 교회 교리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교회의 당면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더 유능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일간지 클라린의 종교 담당 기자는 새 교황에 대해 과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처럼 "교리에서는 보수적이지만 사회적 이슈에서는 진보적"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BBC방송도 새 교황에 대해 신학적으로 보수적이라면서 낙태, 동성결혼, 피임 등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태도에 변화를 바라왔던 이들의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치하에서 예수회를 이끌면서 "비(非)정치화를 견지하라"는 지침을 내렸으며 남미 좌파 성향의 해방신학과는 거리를 둬왔다.

그럼에도 그는 추기경 재임 당시 사회적 포용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사회에서 주변화된 이들에게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같은 작가를 대단히 좋아하고 평소 오후 9시에 잠자리에 들어 매일 오전 4시30분에 일어난다.

분주한 사교적 삶을 즐기지는 않으나 탱고와 축구를 좋아한다.


 (런던·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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