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에티오피아 명성기독병원 원장



‘사랑의 점심 나누기’ 모금행사를 통해 충북도민의 성금으로 이뤄지고 있는 에티오피아 지원사업 현장점검을 위해 지난달 25일부터 5일까지 9박 10일 일정으로 에티오피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충북방문단은 이번 방문 기간 동안 명성교회가 운영하는 명성기독병원(MCM)을 찾았다.

에티오피아 김종근 한국대사가 몇 번씩이나 “아디스아바바에 오면 꼭 명성병원을 들러보라”는 말에 바쁜 일정을 당겨 병원을 찾은 것이다.

병원은 여느 아프리카의 건물과 달리 입구 50m 전부터 초록색 가로수가 뜨거운 오후의 태양을 가려주었다.

“대한민국 충북에서 이 곳 에티오피아에 좋은 일을 많이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서로 방식은 다르지만 이심전심이 통하는 듯합니다.”

바쁜 진료일정을 제쳐놓고 김철수(58·사진) 원장이 병원 현관까지 나와 반갑게 맞아주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하게 6·25전쟁에 6037명의 전투 병력을 파견한 참전국이다. 그 당시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륙의 강국이었지만, 1974년 공산정권이 들어서고 내전 등을 거치며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한국전 참전 군인들은 공산정권치하에서 단지 한국을 도왔다는 이유로 거처를 잃고사회적인 신분을 박탈당한 채 60여년동안 극빈의 삶을 살아왔다.

그 당시 20대의 군인들은 이제 80대 할아버지가 됐다.

동양일보와 월드비전, 충북도민들은 사랑의 점심 나누기 모금을 통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와 자손들의 자립기반을 돕는데 보탰다.
그 세월이 18년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제는 서울 명일동에 위치한 명성교회(당회장 김삼환 목사)는 에티오피아 지원을 위해 지난 2004년 아디스아바바에 병원을 세웠다.

교인의 후원금으로 설립한 명성기독병원(MCM)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신경과 등 17개 부문에 42명의 의사, 139명의 간호사가 일하고 있다.

직원 410여명 중 의사 9명과 간호사 4명, 목회자 2명과 그 가족 등 42명이 한국인이다.

명성기독병원의 인기가 높은 까닭은 현지의 다른 병원보다 의료 시설과 진료수준은 높지만 진료비는 30%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치료비를 감당하기 힘든 빈곤층 환자들의 진료비를 감액하거나 면제해 주기도 한다.

병원은 현지인들로부터 ‘코리아병원’으로 불린다. 

명성교회가 지은 병원이지만 한국 정부의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국가 위상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다.

병원은 6·25전쟁 참전용사에게 무료 진료를 하고 있다. 그들의 부인도 병원비의 절반만 내면 된다.

명성교회는 에티오피아 정부로부터 9만㎡의 땅을 무상임대 받았지만 그간 투자한 돈은 무려 2500만달러(약 285억원)를 넘어섰다.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병원이지만 현재 그 수익은 모두 빈곤층 무료진료, 오지 이동진료, 한국전 참전용사 무료진료 등에 쓰여지고 있다.

병원의 시설은 최첨단으로 아프리카 주변국 VIP와 현지 지도층의 이용도 줄을 잇는다. 진료를 위해 외국으로 여행하는 현지인들의 불편이 없어졌다. 최근에는 에티오피아 기르마 대통령도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지난해 9월 명성병원은 병원 바로 옆에 명성의과대학(MMC)을 설립했다. 한국교회가 아프리카에 세운 최초의 의과대학이다.

한 학년 30명 정원으로 절반의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 일시적 진료 봉사가 아니라 진료할 현지 인력을 키우는 근본적인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김철수 원장은 “100여년전 조선 땅에 세워진 세브란스병원이 우리나라에 의료서비스와 의학교육의 기틀을 세웠듯, 명성기독병원과 명성의과대는 에티오피아 ‘의료 자립’의 시발점이자 아프리카 전문 의료인력 양성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의대 졸업생들은 앞으로 에티오피아 의료계의 핵심인력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세브란스병원이 그랬던 것처럼,  병원을 에티오피아인들의 손에 넘겨줄 예정”이라며 “에티오피아인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장기적으로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글/유정선·사진/곽한수 CF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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