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김정식씨, 불난 집 뒤로하고 ‘산불진화’



불길에 휩싸인 집을 제쳐놓고 인접한 산으로 옮겨가는 불줄기를 잡아 큰 산불을 막아낸 한 새마을지도자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서산시에 따르면 해미면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을 맡은 김정식(60)씨는 지난 14일 저녁 모임에 참석했다가 해미면 오학리 집에 돌아온 밤 10시께 자신의 집과 바로 옆 산에 함께 불이 난 것을 발견했다.

화재 신고 직후 긴박한 상황에서 김씨의 수도 호스에서 나온 물줄기는 집이 아닌 산으로 향했다.

지체하면 할수록 산 능선을 따라 가야산 전체로 산불이 번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혼자 불과 씨름하기를 10여분 만에 해미면사무소 진화차량이 도착했고, 산으로 옮겨가던 불길이 가까스로 잡혔다.

하지만 김씨의 집 전체가 불길에 휩싸인 뒤였다.

김씨는 “집은 이미 틀렸다”며 “산불이나 빨리 막아 달라” 요청했다고 면사무소 관계자는 전했다. 해미면 최남선 산업팀장은 “화재 현장에 도착해보니 김씨 혼자 집과 인접한 뒷산에서 물과 나뭇가지로 불을 끄고 있었다”며 “진화차량이 10분만 늦게 도착했다면 산불이 가야산 전체로 번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서산과 예산의 접경지에 있는 가야산은 대형산불이 잦아 막대한 산림피해를 봐온 곳이다.

오학리 선종숙 부녀회장은 “평소 새마을지도자 회장을 맡으면서 산불의 위험을 잘 알기에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하루아침에 생활터전을 잃은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화재로 75㎡의 주택과 생활필수품 등이 모두 불에 타는 등 소방서 추산 170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봤다.

이런 김씨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해미면적십자봉사회와 재해구호협회는 쌀과 취사용품, 트레이닝복, 담요, 위생용품 등을 전달했고, 새마을협의회 등 각급 기관, 단체들도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금하고 있다.

<서산/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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