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석 K-water 아산권 관리단장

 “어려운 시절 우리는 콩 한쪽도 나눠먹고 살았습니다. 우리 조상은 늦가을에 감을 따면서 까치밥으로 몇 개의 감을 남겨두는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계와 품앗이라는 공동과 공유의 삶을 살아온 민족입니다.”
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이다. 모두가 꿈꾸는 ‘국민행복의 시대’는 우리 민족의 유전자 속에 남아 있는 ‘책임과 배려의 정신’을 시대정신으로 부활시킬 때 가능하다는 취지에서, 구성원간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모두가 꿈꾸는 ‘국민행복의 시대’를 꽃 피울 수 없기에 박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책임과 배려의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오는 22일은 세계 물의날이다. 이 시기에 박대통령이 화두로 던지신 ‘책임과 배려의 정신’이 생각나는 이유는 물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물의 지역간 불균등에 따른 양극화와 이로 인한 분쟁과 갈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충청지역은 어떤가? 충청의 젖줄인 금강이 유유히 흘러 풍족히 적시고 있는 충남남부지역과 대청호 물이 공급되는 지역은 그다지 물에 대한 부족을 느끼지 않고 있지만, 금강으로부터 멀리 있는 서북부지역은 날로 물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해안시대라 한다. 국가와 충청의 발전동력이 될 서북부지역은 이미 충남도청이 이전하여 미래 서해안시대를 준비하고 있는데 반하여 이 지역의 늘어나는 인구와 산업시설의 유입에 불구하고 그 수요를 뒷받침해줄 물공급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청호수를 담고 있는 물그릇으로는 현재 대전시, 청주시, 세종시와 천안과 아산지역 공급만으로도 이미 포화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인데, 서해안시대 국가발전을 주도하여 그에 따른 혜택을 고루 누리며 다 같이 잘 사는 충청, 누구나 와서 살고 싶어하는 고장 충청의 미래를 약속할 수 있을까?
지난해 봄 극심한 가뭄과 그에 따른 물스트레스가 전국을 덮쳤다. 그 중에서도 보령에서 서산, 당진에 이르는 충남서북부벨트는 104년만의 가뭄이라 하며 언론지상에 연일 대서특필되었다.
가뭄과 폭우, 혹서와 혹한, 폭설, 초대형 태풍 등 반복되는 이상기후는 우리뿐만 아니고 전세계적 현상이다. 작년의 가뭄이 또 100년 뒤에나 올 것이라는 보장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이렇듯 물 부족에 취약한 상태에서 우리고장 충청이 어떻게 서해안시대를 준비하고 나라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나갈 수 있겠는가?
준비를 해야 한다. 물이 풍족한 지역이나 물그릇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에서 충분한 물을 담아 두고 부족한 지역에 물을 보내 주어야 한다. 쌍방이 융합함으로써 ‘1+1=2’가 아닌 플러스 알파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을 담아두는 지역과 물을 이용하는 지역이 함께 공존하고 발전해 갈 수 있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전남 장흥을 보자. 장흥군은 목포시 등 전남 서남부지역의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흥댐이 들어선 이후 1급수를 자랑하는 장흥호의 풍부한 수량을 이용하여 ‘물과 숲-휴(休)’라는 주제로 ‘대한민국 정남진 물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소비자 포럼에서 주관한 ‘2012 올해의 관광 축제 브랜드 대상’을 5년 연속 수상하고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3 문화관광 유망축제’로 선정되는 등, 물의 고장이라는 지역의 특색자원을 잘 반영, 지상 최대 물싸움, 수상 자전거 타기 외 여러 가지 물체험 프로그램과 힐링캠프를 운영하여 수십만명의 래방객들이 찾아 지역경제 활성화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장흥은 국토의 최남단에 위치한 소외된 고장이 아니라 해마다 수많은 외래객이 찾는 대한민국의 명소로서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충남도청이전과 함께 서해안시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충청. 그러나 서북부지역의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 속히 충분한 물그릇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충청지역의 현안으로 대두된 ‘지천댐 건설’ 등 물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는 충분한 사회적 협의를 거쳐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물그릇을 가진 자는 없는 자를 배려하고 그로부터 혜택을 받는 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박대통령께서 취임사를 통해 말씀하신 ‘책임과 배려의 정신’이며 이를 통해 지역간 불신과 갈등을 해소함으로써 다 같이 잘 사는 고장, 충청 행복의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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