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교회 중 한 곳인 서초동 사랑의교회가 그동안 논란이 됐던 오정현 담임 목사의 논문 표절이 사실로 드러난 이후에도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사랑의교회 당회는 "논문 관련 대책위의 진상 규명 결과를 바탕으로 오 목사가 199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재 포체스트룸대학에서 취득한 박사학위 논문이 여러 종의 저서 일부를 표절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 목사는 향후 6개월간 설교를 중단하는 등 자숙과 반성의 기회를 갖고 사례의 30%를 받지 않기로 했다. 해당 박사 학위도 '내려놓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교회 안팎에서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난이 일면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대책위가 "오 목사의 담임목사직을 1년간 정직한 뒤 2년 뒤 재신임을 묻자"고 했는데도 당회가 '6개월 자숙 권고'에 그친 것은 지나친 봐주기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동안 교회 신축 등을 놓고 오 목사와 대립각을 세워 온 설립자 고 옥한흠 목사의 장남 옥성호 집사는 다음 카페 '사랑의교회 건축, 어떻게 된 것인가'를 통해 "한국교회 내의 도덕 수준 또는 윤리 수준이 어디에 있는지를 온 사회가 정확히 알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일부 교인들도 다음 카페 '사랑의교회 회복을 위한 기도와 소통 네트워크'를 만드는 등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건강한 교회·새로운 목회를 지향하는 목회자들의 모임인 교회2.0목회자운동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사랑의교회 당회가 오 목사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당회만이 아니라 전 교인에게 공개 사과하도록 하고 일단 담임목사로서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사학위 표절자는 학위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취소돼야 하는 것이며, 6개월 자숙과 사례비 삭감은 죄의 중함에 비해 경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노회에 징계를 요청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사랑의교회 관계자는 "당회든 교인들이든 교회가 깨지면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이번 당회 입장도 교회를 지키자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으로 안다"고 전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