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예술의 완성과정을 그리는 무용극이 펼쳐진다.

청주시립무용단(예술감독겸 상임안무자 김평호)은 명품 기획공연으로 춤의 극치에서 짓는 미소 미롱을 오는 21~23일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공연한다.

미롱은 단원 김홍도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도화서 화원이었던 김홍도는 궁중 채색화 춘앵전 무도를 그린 반면 단색의 풍속화 무동을 그렸다.

노란 화문석 위에 노란 앵삼과 빨간 치마를 입은 고혹적인 춘앵전 여령과 누렇게 바랜 놀음판에 둘러앉은 풍물꾼들 사이에서 신명나게 춤추는 무동. 이 정반대의 이미지가 만나는 정점이 바로 미롱이다.

미롱임금께 재주를 드린다는 뜻의 궁중무용 정재(呈才)를 연극적 양식으로 현대화한 실험극이다.

이 작품의 모티브는 조선 순조 때 천재적인 안무가이자 무용수였던 전악 김창하가 창작한 춘앵전이다. 춘앵전에 담겨있는 유한한 공간 위의 무한한 우주가 춤의 절정인 화전태에서 짓는 미롱(媚弄·춤의 극치에서 짓는 미소)으로 농축된다.

한국무용중 가장 느리다는 정재를 소재로 삼은 이 작품은 세상의 빠른 변화 속에서 사는 현대인들에게 사랑과 예술을 통해 깨닫는 느림의 미학을 제시한다. 두 무용수가 하는 사랑은 시작에서 중간 그리고 완성까지 이른다.

이 사랑의 과정은 춤의 완성 과정 곧 예술로 완성되는 과정과 같다. 궁중무용 춘앵전의 절정에서 짓는 미소인 미롱(媚弄)이 완성돼 가는 과정과 광대가 된 무동 도일과 무용수가 된 기생 초영, 춘앵전의 창작자인 창하의 사랑과 인생을 다룬 이야기다.

춘앵전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사랑의 희노애락은 춤은 곧 삶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전악 김창하는 양아들인 도일과 제자 초영에게 절제의 혼이 담긴 창작 춘앵전을 가르치지만, 초영과 도일은 점점 사랑에 빠진다. 창하의 욕망과 달리 도일은 보다 자유로운 춤을 찾아 궐을 떠나고 초영은 춘앵전 독무 여령으로 궐에 남는다. 도일은 유리걸식하다 남사당패에 들어가고 초영은 중풍에 걸린 창하를 수발한다. 창하는 초영이 진정한 무용수로 남길 바라며 춘앵전을 추다 숨을 거둔다.

세월이 흐르고, 초영은 도일을 찾아다니다 놀음판에서 탈을 쓴 도일을 만난다. 초영은 그와 춤을 추면서 서로 다른 춤꾼의 길을 가야함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춘앵전을 추면서 춤의 극치에서 미롱을 짓는다.

김평호 감독은 춤극 미롱은 영화 왕의 남자의 모티브가 되었던 연극을 청주시립무용단의 장점과 노하우들을 살려 재탄생되어진 작품이라며 이번 작품은 삶속에 진정한 인연과 사랑의 의미를 찾고, 그 가운데 예술의 완성도까지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연시간 평일 오후 730, 토 오후 4·730.

문의=043-200-4428.

<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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