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늙어가는 것의 괴로움, 노년의 삶과 사랑이 요즘 세계 영화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가 전 세계의 문제로 대두되면서 인간의 삶에 현미경을 대는 문화 장르인 영화가 이런 흐름을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다.

최근 국내 수입돼 개봉하는 영화들을 보면 노인을 주인공으로 하거나 노년의 삶을 다룬 영화들이 부쩍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오는 28일 나란히 개봉하는 두 영화 콰르텟호프 스프링즈는 모두 노년의 삶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해 얘기한다.

콰르텟은 은퇴한 고령의 음악인들이 모여 사는 공동 주거지를 배경으로 몸이 아프거나 치매로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왕년의 테너, 소프라노들이 모여 마지막 콰르텟을 공연하는 이야기다.

자신이 늙어간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화려했던 시절의 명예로운 기억을 지키려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주인공과 그를 끈질기게 설득하며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등장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영혼이 추구하는 이상과 그걸 따라가지 못하는 육체 사이에서 괴로워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유명한 배우 출신으로 그 역시 이제 76세가 된 더스틴 호프먼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지난 1월 미국에서 개봉해 10주째 장기 흥행 중이다.

호프 스프링즈는 노년 부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아직 정신이나 육체에 문제가 있을 나이는 아니지만 60대에 접어든 부부에게는 열정이 부족하다. 일상을 30년간 함께 하며 서로를 향한 관심과 배려가 닳아 없어진 부부가 조금 색다른 부부 클리닉을 함께 하며 서로의 관계를 돌아보는 이야기다.

실제로 60대 중반에 접어든 두 명배우 메릴 스트리프와 토미 리 존스가 주인공 부부를 열연한 이 영화는 이 나이대의 관객들이 상당히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미국에서 지난해 8월 개봉해 제작비의 두 배를 웃도는 매출(영화관 입장권)을 올렸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자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인 아무르역시 고령의 부부를 주인공으로 인간이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것의 슬픔을 밀도있게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 역시 70대로 접어든 미하엘 하네케 감독 자신의 개인적인 고민이 상당 부분 반영된 영화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1219일 개봉해 3개월간 장기 상영되며 누적관객 73681명을 모았다. 상영관이 30개도 안 되는 예술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 성적으로, 특히 중·장년층 관객에게 호응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개봉한 미국 독립영화 로봇 앤 프랭크는 치매에 걸린 노인과 그를 돌보는 로봇의 이야기를 담아 눈길을 끌었으며, 지난해 말 개봉한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 엔딩노트는 죽음을 차분하게 준비하는 70대 노인의 마지막 날들을 담은 이야기로 호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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