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범 제천중 교장

요즘은 동네 놀이터를 돌려봐도 아이들을 보기가 힘들다. 아이들의 숫자가 적은 동네여서가 아니라 그 아이들 나름대로 놀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쁘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대처럼 급격한 정보지식사회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전자게임 등에 빠져 많은 시간을 소요하기도 할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점점 개인주의 성향을 띠어 가면서 정서적으로도 점점 메말라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쩌면 가정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맞벌이 부부가 점점 늘어나고 모두가 바쁘다는 이유로 얼굴 맞댈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가하면 공통된 이야깃거리가 없다보니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폭이 점점 좁아 질뿐만 아니라 건강한 관계형성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어 가족의 결속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더군다나 사랑이 넘쳐야 할 부모자식의 관계가 책임과 의무의 관계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지경에 이르고 있으니 이러한 현상이 바쁜 현대인의 특징이라고는 하지만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가정이 부실해진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미래가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삶의 양태는 경제적인 풍요로움은 가져올지 모르지만 삭막하고 메마른 감정을 가진 건조한 인간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급변하는 세상을 살고 있어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자녀들에 대한 관심이다.

일상생활속에서 자녀들에게 보이는 작은 관심이야말로 자녀들의 성장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에 그 어떤 일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면 교육의 효과나 결과가 당장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그냥 지나치거나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변해버린 자녀들의 모습을 보고 후회한다고 해도 그때는 너무 늦다.

진정 우리의 자녀를 사람다운 사람으로 그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신경을 써야 할 것은 대화이다.

물론 아빠나 친척 또는 이웃과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특히 엄마와 자녀와의 대화야말로 너무나 중요하다. 그러기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그런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따로 시간을 내는 것이 어려우면 일을 하는 중간에라도 자녀와 대화를 나눠어야 한다. 어쩌면 열심히 일하는 엄마의 모습은 도리어 자녀에게 책임감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녀의 생각이다. 그 이유는 엄마의 사랑이 아무리 크고 절실하다 해도 자녀 스스로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면 소용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녀가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엄마가 저렇게 바쁜데도 나에게 주는 사랑은 부족하지 않다고 믿도록 말이외다. 그러는 가운데 사랑의 감정이 교감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투적인 일상어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입에 배어있는 일상어를 말하고도 그것을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설령 막상 다른 말을 하고 싶어도 무슨말을 어디에서부터 할지 몰라서 망설일때가 적지 않다.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심코 자녀에게 던져지는 일상어로 인해 자녀는 자칫 마음을 상할 수 도 있다.

물론 많은 부모들이 자녀와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기가 그리 쉬운게 아닌건 사실이다. 그러기에 원활한 대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아이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부모의 눈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받아들였을 때, 아이들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게 될 것이다.

다시금 생각해본다. 부모와의 대화, 자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부모는 자녀에게 명령하는 말에서 자녀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말로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자녀가 충분히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기다려줘야 한다. 아울러 어떤 문제 앞에서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사랑하는 우리자녀의 삶의 여정은 밝아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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