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9건 발생…시스템 보완 등 서둘러야..환경부, 사업장 4296곳 전수조사 ‘방안 도출’

반도체·화학공장에서 맹독성 물질이 누출되는 등 주요 산업시설들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중소업체는 물론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까지 안전망에 구멍이 뚫린 데다 사고가 터져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대응해 ‘안전 불감증’이란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노후한 시설을 제때 보수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환경·안전관리 시스템이 경제성장으로 늘어나는 생산설비를 쫓아가지 못해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여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알려진 산업계 안전사고는 이미 9건에 달한다.

22일 오전 청주산업단지 내 SK하이닉스반도체 청주공장에서는 염소가스가 누출됐다. 비메모리 반도체칩 제조공장 내 반도체를 닦아내는 밀폐공간에서 염소가스가 샌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밤 경북 구미시 임수동 LG실트론 구미공장에서 불산·질산 등이 섞인 혼산액이 누출되는 사고가 났다.

반도체 부품을 만들고서 버리는 폐수가 지나가는 배관에 구멍이 나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장은 20일 전에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다.

이날 오후 포항시 남구 동촌동 포항제철소 공장에서는 용융로(용해로)에 열을 보내는 대풍구가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14일에는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화학공장에서 야간작업 중 일어난 폭발사고로 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

앞서 지난 1월27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배관교체 작업 중 불산이 누출돼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또 1월 15일에는 청주공단 내 유리가공업체에서 희석된 불산이 대량으로 새어 나왔다.

같은 달 12일에는 경북 상주 청리산업단지 내 웅진폴리실리콘 태양광발전 소재 생산공장에서 염산이 누출돼 주민 760명이 대피했다.

연이은 유해물질 누출사고와 폭발사고는 산업계 전반에 걸친 사고 예방과 안전관리상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제때 교체하거나 보수하지 않은 설비와 안전은 뒷전인 실적·성과 우선의 경영 형태가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인력과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들도 지속적인 설비투자로 급속히 확대되는 생산시설에 걸맞은 안전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다.

일상적인 안전 관리 능력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사고 발생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을 강제할 안전장치가 미비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환경부는 사고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윤성규 환경부장관은 지난 19일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 LG화학 청주공장을 방문,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안전설비 등을 점검하며, 최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산업현장 폭발사고를 ‘후진국형 사고’라고 규정한 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취약점을 찾아 예방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환경부는 오는 5월 31일까지 전국의 유해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4296곳의 실태에 대해 전수조사할 계획으로 사업 현장의 취약점을 찾아내 위험에 대한 예방책, 안전관리에 대한 조직·인적 시스템 구축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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