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노나라에 미생이라는 신의와 약속을 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미생은 사랑하는 여인과 모일 모시에 어느 다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약속한 날 장대비가 무섭게 내렸습니다. 미생은 장대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약속 장소인 다리에 나가 여인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여인은 장대비가 내리자 미생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지레짐작하여 약속장소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폭우로 변한 장대비는 점점 불어나 다리까지 차게 되었으나, 미생은 여인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가 없어 약속한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불어나는 물에 견디지 못한 미생은 여인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기꺼이 목숨을 다합니다.

여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불어나는 물에 휩쓸려 죽은 미생의 고사는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성어가 되어 전해 내려옵니다.

현대에 사는 우리들도 신의와 약속의 중요성을 말할 때 미생지신의 고사를 곧잘 인용하곤 합니다.

이처럼 신의와 약속은 시대를 초월해서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덕목으로, 미생지신의 고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참뜻은 ‘믿음과 신의’가 목숨처럼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기 위함이 아닌가 합니다.

요즈음 충북경제자유구역 논란으로 세상이 다소 시끄럽습니다. 지역발전과 균형발전을 바라는 도민들의 열망과 애향심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지나친 열정이 도를 넘고 있음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장대한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160만 도민 모두가 하나 되어 이뤄낸 충북경제자유구역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개발하여 그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 도는, 도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모든 기준을 경제자유구역의 성공과 충북도의 미래 100년 번영에 두어,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의 조직규모와 위치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경제자유구역청의 조직 규모는 정부로부터 총 63명(1청장, 2본부, 5부)으로 승인받았으나, 현 업무량과 도민 재정부담 등을 고려하여 총 47명(1청장, 1본부, 4부)으로 축소하여 출범하는 것으로 결정, 인건비만 연 25억원을 절감하는 등 도민 재정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정하였습니다.

특히 경제자유구역청의 청사는 업무의 양과 현지성, 그리고 초창기 업무 장악 등을 고려하여 충북도청에 두되, 다만 충주는 도청과 멀리 떨어져 있고, 업무도 사업시행자 선정 단계에 있는 등 초기단계임을 감안하여 ‘충주지청’을 두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참으로 어렵고 고뇌에 찬 결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충북도민과 지역발전을 위한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미생의 신의와 같이 다소 융통성이 없고 우직해 보일지라도 경제자유구역의 성공과 충북도의 미래 100년을 위해 신중하게 결정하였음을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경제자유구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①지정·고시 → ②사업시행자 선정 → ③실시계획 수립 → ④실시계획 승인 ⑤단지개발 → ⑥분양 및 입주 → ⑦관리의 7단계의 어려운 과정을 모두 거쳐야 합니다.

이중 오송 첨복단지 지구는 6단계, 오송 제2산단은 5단계이나 청주공항 에어로폴리스와 충주 에코폴리스 지구는 이제 겨우 1단계에 입문한 상태로써 이제 막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 첫 울음을 시작한 아기나 다름없다 하겠습니다. 이 갓난아기를 잘 보살피고 영양분을 충분하게 공급하여 무럭무럭 성장시켜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도에서는 충북경제자유구역이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전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되도록 한 단계 한 단계 더욱 치밀하게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충북의 백년대계를 위한 위대한 결정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충북도민과의 믿음, 도민지신(道民之信)’으로 승화시켜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입니다.

<신진선 충북도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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