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4.24 재·보선'에서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는 약속 이행을 계속 미루고 있다. 새누리당은 28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무(無)공천 방침을 논의했지만 일부 최고위원들의 반발로 최종 결론을 유보했다. 이상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무공천 여부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지만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면서 "정당의 무공천이 법제화하지 않은 상황과 공심위가 무공천 방침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앞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지난 25일에도 이 문제를 다루려 했으나 의결 정족수 미달로 공식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의 '무공천 약속'을 믿었던 국민은 허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새누리당이 국민을 상대로 4.24 재·보선에서 후보자를 내지 않겠다고 '공언' 해놓고 후보 등록(4월 4일)을 불과 1주일 앞둔 시점에서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앞서 공천심사위는 지난 19일 `풀뿌리 민주주의'를 살리겠다면서 이번 재·보선에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다시 말하거니와 새누리당은 공천심사위의 대국민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기초단체장 및 기초위원 정당공천 배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박 대통령은 18대 대선 과정에서 "지방이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폐해를 줄이겠다"면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후보자의 정당공천 폐지 등을 담은 정치쇄신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공천심사위원장인 서병수 사무총장도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무공천 방침을 밝히면서 이것이 대선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임을 강조했다. 집권 여당의 사무총장이자 공천심사위원장의 대국민 약속이 '공수표'로 끝나선 안 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과정에서 가뜩이나 집권여당이 제몫을 하지 못해 국민의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기초단체장 무공천' 약속이 실언으로 끝날 경우 집권 여당의 정치적 위상은 추락하고 국민의 정치 불신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새누리당 일부 최고위원들은 민주당이 그대로 공천하는데 새누리당만 공천 하지 않을 경우 '선거 패배'가 우려된다면서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궁색한 논리다. 재·보선에서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 몇 석을 챙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집권여당으로서 정치적 신뢰를 얻는 일이다. 설사 야권 후보에게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 몇 곳을 내 줘도 대국민 약속을 이행함으로써 정치적 신뢰를 얻는다면 '정치적 패배'가 아니라 '정치적 승리'라고 말 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무공천 문제에 대해 더이상 결론을 유보하거나 이대로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민주당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안철수 전 대선 예비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도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는 공천하기로 한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민주당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기초의원 후보의 경우 정당공천을 배제하겠다고 공약하지 않았는가. 대선공약을 이행할 의지가 있다면 약속한 대로 기초의원 후보만이라도 공천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아울러 조속히 정치개혁특위를 가동해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을 정치권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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