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복(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정부나 기업 등 모든 기관의 조직원들은 급격한 변화보다 안정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혁신은 조직의 기존질서를 파괴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불안감을 조성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권이 출범하는 초창기에 개혁을 시도해야 성공률이 높다. 정권 초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높을 뿐 아니라 조직원들 역시 새로움에 대하여 상당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국민의 지지도는 하락하고 각종 저항세력이 등장하여 점차 혁신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혁신의 성공여부는 초기에 대대적으로 진행될 때에 가능하다.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높은 경제성장을 자랑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근면한 우리 국민성도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인류가 오늘날처럼 과거 200년전의 절대적 빈곤에 벗어나 풍요로운 시대를 구가하는 것은 산업혁명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새뮤얼 헌팅턴’이 주장 했던바와 같이 대분기 이후 인류는 부국(富國)과 빈국(貧國) 으로 나눠졌는데 그것은 정치지도자 뿐 아니라 그 나라의 국민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샤를 몽테스키외는 그의 명저 ‘법의 정신’에서 기후가 경제발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을 처음 설파 최근까지 많은 경제학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대부분 빈국에 속하는 국가는 열대나, 아열대, 산악지대 같은 척박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열대 지역의 뜨거운 기온은 근로 의욕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각종 질병을 빠르게 전염시키고 우기와 건기로 나누어져 있어 충분한 물 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경제 발전에도 불리하다고 했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국가발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관련성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기후 이론의 한계는 갑자기 서구 유럽에서 산업혁명 또는 대분기가 시작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여러 학자들의 많은 경제이론으로도 다 설명되지 않는 획기적 성공을 그것도 세계역사에 유래가 없는 단기간에 이룩했다. 나는 이것을 우리민족만이 갖고 있는 국민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혁신은 외부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파급효과가 있다. 우리는 혁신을 단순한 습관의 탈피나 변화로 오해하기 쉽다. 또한 혁신가와 기술자를 혼동한다. 혁신은 한사람에 의해서도 다수의 사람들이 좋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는, 대외적 파급효과가 크지만, 기술자는 새로운 것에 대한 발명이나 발견 같은 것이 아닌, 주어진 부문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혁신가인가. 헨리포드, 앤드루 카네기, 빌게이츠, 스티브잡스 같은 사람이다. 또한 혁신가는 세상으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그들이 존경받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으로 편리한 뭔가를 발명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돼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지난 수세기 동안 이룩한 경제발전의 중심에 혁신 있었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인류의 발전을 견인한 핵심은 누가 뭐래도 기업이다. 그러나 우리의 기업들은, 특히 대기업은 사회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선 기업가 정신이 실종됐다고 한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나 분배를 우선시하는 진보적 정치 때문 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실패를 용인하지 못하는 기업 환경이나 사회 정서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성과를 단기적으로 기대한다. 그러다보니 도전정신과 같은 혁신적 실패를 두고 보지 못한다. 혁신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병존하는 양날의 검과 같다. 따라서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혁신가를 존경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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