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이 장항선 '광천역'의 위치를 놓고 주민 간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주민 자체적으로 의견을 모으기 위한 투표가 실시된다.

3일 홍성군 광천읍 철도이전 주민의견수렴 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오는 10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광천문예회관에서 광천역 위치 결정과 관련한 주민투표를 한다.

장항선 개량 2단계 철도건설사업에 따라 광천역의 위치가 바뀌는데 2010년 기본계획안의 내용과 지난해 철도시설공단이 발표한 기본설계안의 노선이 서로 다른 점이 주민 갈등의 요인이 됐다.

기본계획안은 홍주미트 앞에 역을 설치하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기본설계안에서는 광신철재 뒤로 변경됐다.

철도시설공단 측은 도축장인 홍주미트의 악취와 인근 공장의 분진때문에 광천역 위치를 바꿀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 주민들은 광신철재 뒤가 협소하고 차량이 많이 붐비는 곳이기 때문에 교통정체의 요소가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또, 악취나 분진 등은 시설개선 등을 통해 정화하는 방안이 있는 만큼 홍주미트 앞에 광천역을 설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찬성 측 주민들은 광신철재 뒤는 기존 광천 상권 및 주택 밀집지와 가까워서 홍성읍과 연계발전을 위한 연결고리 역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농지와 경관 훼손을 최소화하고 고속철을 위한 철도 직선화에 적합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각각의 노선안에 대해 찬성·반대 의견이 엇갈리면서 대책위원회는 주민 의견을 모으기 위한 주민 투표를 마련했다.

20대 이상 광천읍에 거주하는 주민이 투표권자로 9200여명이 해당된다.

황현동 광천읍번영회장은 "새로 들어설 광천역의 위치는 앞으로 광천의 100년이 걸린 중요 사업"이라며 "어느 노선이 더 많은 주민이 원하는 것인지, 광천발전에 더 좋은지 주민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는 10일 하는 주민투표에 적극 참여해 주민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달라"며 "투표 결과를 철도시설공단에 통보하는 등 주민 대다수 의견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치겠다"고 덧붙였다.

투표 준비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투표에 반대하는 주민 측에서 광천읍사무소 등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개인 신상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선거인명부를 제공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투표에 아예 불참할 방침이어서 실제로는 모든 주민의 의견을 한데 모으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쪽에서는 투표를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한쪽에서는 현수막을 철거해달라는 민원을 군청에 접수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홍성군 관계자는 "주민 간 주장하는 차이가 너무 크고 양측 모두 당위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난감하다"며 "철도시설공단이 측량단계에 들어간 상황인데 주민투표 결과가 반영될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홍성/박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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