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영청원군 양청농원대표

 

청주농고 졸업 직후 19살때 큰아버지 농장서 시작

연간 77만여 그루 묘목 출하… 큰 나무 성장 보람

국가 산림녹화에 기여 자부심으로 고된 노동 잊어

숲을 사랑하고 산지를 자원화하기 위해 지난 1949년 제정된 식목일이 올해로 68회째를 맞는다.

6.25전쟁 직후 황폐한 산림은 울창한 숲으로 변했고 울창한 숲은 이제 우리에게 휴식과 위안을 주는 귀중한 자산이 됐다.

이처럼 황폐한 산림이 울창한 숲으로 변모하기 까지는 식목일의 영향이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식목일을 단순히 나무를 심는 날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더한다.

날이 갈수록 식목일에 대한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현실에서 묘목 생산에 일생을 바친 이가 있어 주목 받고 있다.

청원군 미원면 수산리에서 ‘양청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효영(68·☏010-5462-7188)씨.

양청농원은 하우스(1만㎡)와 노지(5만6519㎡)를 합해 모두 6만6519㎡에서 77만여 묘목을 생산해 연간 6억50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충북 최대의 묘목 생산농장이다.

이씨는 토양개량사업과 묘목생산 지원사업 등을 성실히 수행한 결과 2013년 정부 조림계획에 따라 충북도 조림용 묘목생산자로 선정됐다.

이는 묘목을 도내 지자체에 판매할 수 있는 안정된 판로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충북을 대표하는 최대 묘목 농장이 되기까지는 지난 1969년 청주농고를 졸업한 후 43년간을 나무와 함께 걸어 온 이씨의 우직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이씨의 농장에서 생산·출하되는 묘목은 낙엽송과 소나무, 상수리나무, 편백나무 등 연간 77만여 그루나 된다.

매년 이씨의 손을 거친 묘목 77만여 그루가 전국의 산과 들에 심겨지고 있는 것이다.

“묘목은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만큼 정성을 들여야 해요. 애지중지 키운 묘목이 출하될 때는 딸자식을 시집보내는 부모 심정처럼 애틋하지만 산과 들에서 큰 나무로 자라는 것을 볼 때 감개무량하지요. 국가 산림녹화 사업에 미력하나마 보탬이 됐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손길이 많이 가는 일이다 보니 이씨의 하루 일과는 쉴 틈이 없다.

인근 미원면과 초정면에서 인부를 구해 농장 일을 하고 있지만 고장난 트랙터나 경운기 등 기계 수리, 삐뚤어진 묘목 바로 잡기, 묘목에 물주기 등 인부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농장일이 눈코뜰새 없이 바쁘고 고되지만 이씨는 농장일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최근 둘째딸 화정(35)씨가 대를 잇겠다며 본격적으로 농장 일을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평생 일궈 온 농장을 물려줄 후계자가 없어 고민하던 이씨의 고민이 해결된 것이다.

화정씨는 아버지의 일을 잇기 위해 지난 2011년 ‘종묘판매업 등록증’도 취득했다.

‘종묘판매업 등록증’은 묘목을 생산·판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자격증이다.

이씨는 “큰아버님이 하시던 묘목 사업을 내가 이어받았고 딸이 또 이어받으면 3대가 묘목 사업을 대물림하게 된다”며 “딸에게 이론보다 실기위주로 묘목 생산 노하우를 전수해 전문성을 갖추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묘목을 키우는 일을 알려 준 큰아버지에 대해서는 엄했지만 소중한 교훈을 알려준 스승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큰아버님에게 6~7년간 일을 배우면서 조카보다 묘목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하게 가르치셔서 당시에는 서운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지금 생각해 보면 묘목을 키우는 일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교훈을 알려주시기 위해 더 엄하셨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젊은 시절 열심히 일했기에 이제는 힘들었던 옛 기억을 회상할 만큼 시간적, 경제적인 여유도 생겼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이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으니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이나 기부에도 앞장서는 게 사람의 도리겠지요.”

고향 오창면 양청리에서 묘목 농장을 운영하던 이씨는 오창과학단지가 조성되면서 지난 1988년 미원면으로 이주했다. 농장 이름도 고향 지명을 넣어 ‘양청농장’으로 지었다. 이씨의 가족은 부인 이칠복(62)씨와 3녀.

▶글/김진로·사진/임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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