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충북대 명예교수

한국은 단기(檀紀) 4346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단군의 한 자손으로 살아온 지가 그만큼 오래된 것이다. 세계의 최강대국인 미국의 237년에 비하면 약 18배나 긴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장구한 역사를 간직한 국가라는 자긍심이 있는 반면 수많은 역사의 부침 속에 급기야는 일본의 침략으로 인하여 35년 간 주권을 빼앗기고 식민지로 살아야 했던 치욕을 겪기도 하였다. 다행히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면서 구국에 나선 독립투사들의 활약으로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국이 승리함으로써 침략국인 일본은 패망하였고 한국은 해방되었다. 그러나 해방의 기쁨도 잠깐이었고(5년여) 강대국들의 이권경쟁으로 한국은 38선을 경계로 남북으로 나뉘어졌고 세력 확장에 눈이 먼 소련은 추종자를 중심으로 북을 사회주의 이념으로 무장시켰고 그 추종자는 권력 장악의 맛에 취해 자유민주국가인 남한을 무력으로 침략하는 동존상잔의 전쟁을 발발하였다. 바로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이 남침한 것이다. 동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눈 비극의 사건을 자행한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동포가 목숨을 잃어야 했고 1,000만의 이산가족이 생겼다. 종신토록 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통치자와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소수의 호위세력들 때문에 한반도는 허리가 잘렸고 부모와 자식 간에 죽음과 같은 생이별을 한 것이다.
6·25 전쟁도발 3년 뒤인 1953년 7월 27일에 남북 간에 정전이 선포되었고 60년의 세월이 흘렀다. 환갑나이가 다 되는 기간이다. 그러나 북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호시탐탐 동족인 남한을 침략하려 하고 있다. 지뢰를 사용하여 천안함을 폭침시켰고 평화롭게 살고 있는 연평도를 포격하였다. 그 뒤 북은 한국 정부에 대하여 입에 담기 민망한 폭언을 내 뱉고 있고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하여 한국과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방적으로 남북간 직통전화의 단절과 정전협상 중단을 선언하였고 북의 주수입원이고 남북관계의 ‘마중물’역할을 할 개성공단까지 통행을 금지시켰다. 공개적으로 전시체제로 진입하고 있다고 공표하고 있다. 아무리 3대에 걸쳐 세습하고 있는 김정은의 체제유지를 위한 내부단속용이라 하더라도 전쟁광이 아니고서는 취할 수 없는 폭언이고 협박이다. 수백만의 서민들은 굶어 죽고 있는데 통치자는 인간 살상무기제조와 전쟁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 나이로 통치 권력을 거머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꼼수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위험천만한 발상이고 행동인 것이다. 미국 대통령과 중국의 말대로 북은 ‘불량’ 내지 ‘악의 축’, ‘깡패정권’에 속한다는 판단을 지울 수 없다.
북은 참으로 불행한 권력집단이다. 세계의 대다수 국가들은 이념논쟁에서 벗어나 평화와 복지의 극대화를 향하여 질주하고 있는데 오로지 북한만 주체사상이라는 이념에 매달려 피폐화의 길을 걷고 있으니 이 보다 더한 비극이 어디에 있는가. 북은 하루빨리 이러한 비극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탄압과 공포로 일관하는 병영집단적 체제에서 탈출하여 국익과 민복의 도모라는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여야 한다. 소수집단의 권력독점야욕이 더 이상 통용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더구나 동족의 가슴에 총을 겨누는 전쟁을 일으켜서는 아니 된다. 남북은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애(相愛)하고 상조(相助)하는 관계로 발전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내 놓은 신뢰프로세스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한반도 대 설계(그랜드 디자인)’로 눈을 돌려야 한다. 육지와 바다를 이용하여 일본과 러시아 및 중국이 하나의 경제협력체를 형성함으로써 부강의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일본은 해저터널을 건설하여 육로를 이용, 남북을 거쳐 시베리아와 만주횡단철도와 연결, 중국과 유럽까지 직행할 수 있는 교통과 물류이동의 대 혁명을, 남북은 동해안과 서해안에 현대화된 항구를 건설하여 일본과 중국 및 러시아 등의 국가들이 저렴한 비용과 시간 단축으로 부의 축적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는 머지않은 장래에 실현될 세계화 전략이기도 하다.
인명을 살상하는 전쟁은 어떤 경우도 정당화 될 수 없음은 만고의 진리이다. 전쟁은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될 수 없는 반인류적 폭거인 것이다. 북은 선군정치를 앞세운 전쟁의 망상을 과감히 버리고 부국안민의 길로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북의 존재가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학자의 표현대로 “동·서독인은 기름을 칼로 자른 것이라면 한국의 남북은 두부를 칼로 자른 것과 같다”는 비극이 더 이상 지속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북은 전쟁이라는 미몽에서 깨어나 민복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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