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불법은 싫어요.”

얼마 전 만난 한 유치원 통학차량 운전기사의 하소연이다. 그는 최근 잇단 통학차량 사고에 대한 의견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 불만을 쏟아냈다.

매일 아이들 5~6명을 집에서 학원까지 하루 5차례 왕복한다는 그는 15년이 넘은 15인승 승합차량에 아이들을 실어 나른다. 학원과 정식 계약서도 없고, 그저 한 달에 150만원 정도 벌 뿐이다.

사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어린이를 실어 나를 수 있는 통학버스는 어린이집이나 학원이 직접 소유한 26인승 이상 승합차여야 한다. 지입 형식 자체도 불법이며, 8~25인승 승합차량으로도 아이들을 통학시킬 수 없다.

하지만 영세한 소규모 어린이집과 학원들의 경우 규정대로 하다간 그냥 문을 닫아야할 판이다. 재정적으로 차량 여러 대를 직접 소유하고 운행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학원 통학시간이 아닌 때에는 인근 산단의 출퇴근을 돕거나 밤엔 중고생 통학차량 등으로 두탕 세탕도 기본이다.

지난달 26일 청주에서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네 살 어린이가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차량엔 어린이집 인솔교사까지 타고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이번 사고 차량도 어린이집 소속이 아닌 관광회사 차량이었다. 운전기사도 관광회사 직원이고, 관할경찰서에 어린이보호차량 등록도 하지 않았다. 신고가 되지 않았으니 당연히 어린이용 승하차 보조 발판, 광각후사경 등 안전시설도 설치돼 있을 리 만무하다.

비단 이 어린이 집 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주지역 통학버스의 절반 이상이 유치원 소속이 아니라는 게 지입차량 운전사들의 귀띔으로, 지입차량에 대한 현실적인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운전기사들은 항변한다.

그러나 관련법 개정안 등 발표되고 있는 각종 대책은 ‘강력한 처벌’만 부르짖고 있는 상황. 물론 강력한 규제는 절실하지만, 음성적이고, 불법화된 지입 통학차량을 좀더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합법화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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