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명광학, 여과장치 모터 고장, 200여명 병원행
사고발생 4시간후 신고 '늑장대응' 또 도마위

 
사진=10일 오전 3시 30분께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렌즈 제조업체인 대명광학에서 황 성분이 함유된 가스가 누출됐다.  이 사고로 인접한 N사 2공장 근로자 등 100여명이 구토와 두통 증세를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직원들이 공장 건물 밖으로 대피하고 있다.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안경 렌즈 제조업체에서 유황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 들어 청주·청원지역 산업단지에서만 5번째다. ▶관련기사 2·3면

10일 새벽 3시께 청원군 오창산단 내 대명광학에서 황 성분이 함유된 가스가 누출됐다.

이 사고로 대명광학과 인접한 N사 2공장 근로자 80여명이 구토와 두통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청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증세가 심한 6명은 응급실에서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치료 중이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 소방본부는 “N사 직원 82명 등 223명이 청주시내 종합병원 등에서 인체영향검진을 받았으며, 일부 증세가 심한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은 집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N사 측은 직접 가스에 노출된 2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일하던 근로자 1000여명을 1공장과 인근 공원 등으로 긴급 대피시켰다.

이번 사고는 대명광학 공장 외벽의 오염방지시설 모터가 고장 나면서 일어난 것으로 소방당국 등은 보고 있다. 오염정화시설에 물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안경렌즈 원료를 경화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유황가스가 여과장치를 거치지 않고 누출됐다는 것.

누출된 가스는 황화수소와 일산화탄소로 추정된다. 황화수소는 1·2차 세계대전에서도 화학무기로 쓰였을 정도로 독성이 강한 독가스로, 공기 중에서 연소하면 이산화황이 생긴다.

이에 대해 대명광학 측은 “전날 수리한 여과장치가 이날 새벽 3시부터 2시간 가량 작동을 멈추며 걸러지지 않은 가스가 누출됐다”며 “누출성분은 렌즈재료인 ‘모노머’로 소량의 황 성분이 함유됐지만,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 업체는 4류 아세톤 등 15종 6만여ℓ, 5류 유기과산화물 800㎏ 등의 위험물허가를 받은 위험물질 취급업체이나, 취급량이 적어 충북도에 유해화학물질 취급업체로 등록되지 않았다.

이날 가스 누출사고가 소방당국에 신고 된 시간은 사고발생 4시간이 지난 오전 7시 10분으로, 또다시 업체의 ‘늑장신고’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공장 200m 인근에는 아파트촌이 세워져 있어 자칫 대형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업체 측이 신고를 미룬 것은 ‘안전불감증’의 전형이라고 주민들을 토로했다.

인근 한 주민은 “만일 한 모금만 마셔도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극독이 퍼졌다고 하면, 이미 아파트 주민들이 떼몰살 했을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도와 청원군은 사고현장에 직원을 보내 사고원인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으며, 경찰은 조만간 사고현장에 대한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정확한 사고원인, 사고이후 조치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또 업체관계자들을 상대로 과실유무를 확인한 뒤 안전상 조치소홀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관련 법 적용을 검토 중이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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