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경비원 외 북 근로자 없고 우리 근로자 이동 안해 '삭막' - 더딘 귀환길, 10일 소지품 검사 강화…일부 업체 '전원 철수'

개성공단 가동중단 이틀째인 10일 개성공단에는 인적이 끊겨 삭막하다. 북한의 세관 검사는 한층 촘촘해졌다.

이날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거쳐 돌아온 근로자들이 전한 현지 표정이다.

근로자들은 전반적인 사정이 악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CIQ에는 오전 11시 5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근로자 111명이 차량 58대에 나눠타고 돌아왔다. 이들의 귀환으로 개성공단에 머무는 근로자 수는 우리 국민 296명과 중국인 1명 등 모두 297명이다.

●식자재·연료 바닥, 마트도 오늘까지만 영업

귀환 근로자들은 북한의 통행제한 조치로 지난 3일부터 개성공단에 물품 반입이 안 돼 식자재, 연료, 생필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알렸다.

한 근로자는 "회사 직원 16명 중 1명만 남았다"며 "식자재는 2∼3일치, 난방연료로 사용하는 가스도 거의 떨어졌다"고 했다. 그나마 전기는 들어와 전기장판으로 새우잠은 피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또 "어제 하루 숙소에서 짐 정리를 하면서 보냈다. 우리 근로자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며 "현재 개성공단에는 무장한 경비원 외에 북측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공단 내 마트 3곳 중 마지막까지 문을 연 1곳도 이날까지만 영업하고 부족한 먹거리를 업체끼리 나눠먹기도 한다고 근로자들은 전했다.

●귀환 차량에 짐 '가득', 북 세관검사 강화…일부 기업 '전원 철수'

이날 귀환한 차량에는 짐이 가득 실렸다. 근로자들은 언제 개성공단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그동안 생산한 제품을 최대한 가지고 나왔다.

북한도 근로자들이 신고된 물품 외에 반출 못하도록 세관 검사를 까다롭게 진행했다.

이 때문에 귀환이 30분가량 지연되는가 하면 일부 근로자는 세관을 통과하지 못해 개성공단으로 되돌아갔다.

직원 전원이 철수한 업체도 나왔다.

의류 납품업체 직원이라고 밝힌 한 근로자는 "(우리 회사는) 남아있는 2명이 오늘 나와 전원 철수했다"며 "아침에 밥이랑 반찬 싸놨던 거 대충 차려먹고 남은 식자재는 다른 업체에 주고 왔다"고 밝혔다.

●시간 지날수록 악화…근로자들 "상황 예의주시하며 호전 기대"

북한의 통행제한 초기인 지난 주만 해도 개성공단 사정은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았다. 곧 정상화되리라는 기대감도 높았다.

통행제한 첫날인 3일 귀환한 근로자는 "개성공단은 평소대로 조업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분위기도 평소와 마찬가지"라고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하루가 지난 4일에는 북측이 경비와 세관 검사를 강화하자 근로자들이 조업 차질을 우려하며 불안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주말 이후 상황은 더 나빠졌다.

 

8일 돌아온 근로자들은 원자재 부족과 가스 공급이 안돼 일부 업체가 가동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8일 오후 5시를 넘어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하고 북한 근로자를 모두 철수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자 근로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개성공단 가동중단 첫날인 9일 어두운 표정으로 돌아온 근로자들은 현지 사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극도로 말을 아끼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9일까지만 해도 근로자 20∼30명이 이른 아침부터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CIQ에 나와 개성공단 진입을 기다렸다. 그러나 공단 가동중단 이틀째인 이날 아침에는 단 한명의 근로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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