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법 규정에 신고 늦어
사고대응 매뉴얼 “강제해야”

충북지역에서 잇따라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사실은 기존 유해화학물질 관리모델로는 예방과 재발방지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현행법과 정부의 유해화학물질 관리모델이나 정책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 사고빈발이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올 들어 잇따르고 있는 화학물질 누출사고에서 업체들의 대응 패턴은 비슷하게 이뤄졌다. 초반에는 사고사실을 숨기고, 업체 자체적으로 해결을 시도하다 오히려 화를 키우는 식이다.

지난달 SK하이닉스의 염소가스 누출사고나 10일 발생한 대명광학 유황가스 누출사고가 전형적인 예다.

지난 3월 22일 오전 10시 10분께 배관공사 중 염소가 누출, 조업을 중단하고, 자체방제에 나섰으면서도, 사고발생 후 신고를 하지 않다가 인터넷 등을 통해 사고사실이 외부에 의해 알려져 빈축을 샀다.

이번 대명광학의 가스 누출사고도 인접한 네페스 2공장 근로자들의 중독사실 등에 의해 외부로 알려졌으며, 대명광학 측의 사고 신고도 사고발생 4시간이 지난 뒤에나 이뤄져 늑장신고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업체들의 상습적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과 산단 인근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는 환경 위해 우려가 보이면 관계기관에 신고하도록 규정했지만, 업체의 자의적 판단은 여전히 가능하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은 1명 이상이 숨지거나 10명 이상이 다치지 않으면 신고의무에서 벗어난다. 자치단체의 ‘사고 대응 매뉴얼’도 현실적으로 강제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고가 발생해도 업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가 피해규모에 비해 턱없이 가벼운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 위반에 대한 과태료가 너무 적은데다 행정당국의 단속과 모니터링 노력 역시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불산 누출로 5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전자의 경우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불산누출사고가 발생한 화성공장에서 무려 193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는 등 안일한 대응이 사고를 키우고 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