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교 충주세계조정선수권 경기안전담당관

1989415일 잉글랜드 셰필드에 있는 힐스버러 스타디움에서 관람객 96명이 사망하고 766명이 부상한 스포츠 경기 사상 최악의 사건이 발생했다. 리버풀 FC와 노팅엄 포리스트 FC간의 FA컵 준결승전을 관람하기 위해 관중들이 경기장 한곳으로 일시에 몰리면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사건이다.

경기 중에 일어난 사고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10여년전 상주 자전거축제기간 중 모 방송국이 주최한 콘서트 현장에서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11명이 사망하고 162명이 부상당한 대형 참사가 있었다. 2009년에는 창녕군 화왕산 억새태우기행사에서 갑작스런 돌풍으로 불길이 관람객을 덮쳐 7명이 사망하고 81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사전에 기상조건을 고려하는 등 안전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썼다면 귀중한 생명을 잃지 않을 수도 있었던 사고였다.

사실, 언론에 보도가 안될 뿐이지 경기장과 축제 현장에서는 알게 모르게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많이 발생한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안일한 사고방식, 현장관리 능력 부족, 동선관리 소홀 등을 꼽을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사고는 이 같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한 人災(인재)라고 할 수 있다.

안전한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는 안전요원 운영, 소방차 및 구급대 운영, 출입 통제 및 이동 동선 관리, 위험요소 차단, 라이벌 전일 경우 팀별 응원석 분리 등의 다양한 안전조치가 수반된다. 육상경기가 이럴 진데 수상에서 진행되는 경기의 안전조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아는 길도 물어가라’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라는 우리 속담이 있는데 모두 안전을 강조 한 것이다.

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기간 동안 육··공 입체적인 위기대응 시스템이 가동되어 혹시라도 발생할지도 모를 각종 사고에 대비하게 된다. 대회기간 중에 소방안전종합대책본부를 중심으로 119자전거순찰대, 화재진압대, 안전순찰대, 생화학대응팀, 응급소방헬기 등이 경기장에 설치·운영되는데 이들은 서로 간에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면서 테러 대비 및 화재예방과 구급활동 등 안전순찰을 펼치게 된다. 수상구조팀는 구조보트, 제트스키, 잠수장비세트 등을 갖추고 120명이 교대로 근무하면서 수상 구조활동은 물론 전복된 경기정을 신속하게 인양하고 경기정 간의 충돌을 예방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조직위는 충북소방본부와 공동으로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오는 7월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에서 복합재난 종합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훈련에는 40개 기관 단체에서 500여명이 참여하여 대테러 및 화재진압과 수상구조 활동 등을 점검하게 된다.

2009년 대회유치가 확정된 이후 지난 4년 동안 대회준비에 앞만 보고 달려왔다.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 건설을 비롯해서 경기장까지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도로 확포장사업, 각종 대회 개최를 통한 대회운영능력 향상, 조정 붐 조성, 국제심판양성 등 당시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일구어 냈다. 충주시민과 충북도민들의 격려와 성원이 없었다면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일들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 순간의 실수와 방심이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잃게 만들 수 있다. 경기장에서의 안전사고가 바로 그것이다. 돌다리를 두 번, 세 번, 네 번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대회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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