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노태우 와병…이명박·전두환 '건재'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일세를 풍미했던 거물 정치인들이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기 힘든 황혼의 시기를 맞아 하나둘씩 건강에 이상신호를 내고 있다.

김영삼(86) 전 대통령은 고령에도 배드민턴과 산책을 즐기는 등 그동안 타고난 건강을 과시해 왔다. 대선과 같은 주요 정치 고비 때마다 자신을 찾아온 정치인들에게 국가 원로로서 '훈수 정치'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가벼운 감기가 폐렴으로 악화하면서 지난 5일부터 14일 현재까지 벌써 열흘째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상태가 다소 호전됐다고는 하나, 고령이어서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상도동 측근들의 전언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81)은 지난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10년 넘게 연희동 자택에서 투병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도 와병 중이어서 생존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하지 못했다.

목소리도 내지 못해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은 한때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생과 사의 경계를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잇따라 서거했다.

반면, 여전히 건강을 과시하는 전두환(82) 전 대통령은 아직도 대통령 재임 당시 함께 일했던 정치인과 각료들을 만나고, 이따금 해외 방문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수 십년간 '3김(金) 시대'를 풍미하며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주름잡았던 김종필(87) 전 국무총리도 2008년 12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오랫동안 자택에서 칩거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러다 지난 5일 자민련 총재 시절 옛 동지인 이수영 전 비서실장의 딸 피아노 공연에 참석하면서 4년3개월 만에 모처럼 바깥나들이에 나섰다.

김 전 총리는 오전에 신문을 읽고, 하루에 2∼3시간 정도는 재활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찾아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2월에 퇴임한 이명박(72) 전 대통령은 매주 1∼2차례 테니스를 즐기면서 여전히 40대의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달 말 미국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기념관 헌정식에 참석하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개인 사무실을 개소하는 등 퇴임 후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환경보전과 경제개발을 병행하는 녹색성장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녹색사업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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