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지연…부실검증 장ㆍ차관 6명 줄낙마 - 북리스크 '차분 대응'…발동 늦게 걸린 `소통정치'

4월 15일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 50일째를 맞는 날이다. 임기 초반 평가의 잣대가 되고는 하는 취임 100일의 중간지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첫 50일은 한마디로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출범 초장부터 여야의 가파른 대치로 정부조직법개정안이 표류하면서 각종 개혁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장·차관급 인사는 '부실검증'의 덫에 걸려 `인사 사고', '인사 참사'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대선 후보 시절 `대탕평의 구호'는 특정 지역과 대학, 관료집단의 고위직 독과점으로 빛이 바랬다.

인사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새 정부의 국무위원들이 모두 참석한 각료회의는 아직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제3차 핵실험 이후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은 새 정부의 순조로운 출발에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헌정사상 첫 여성 군통수권자인 박 대통령이 민감하고도 폭발력 있는 북한 문제에 대해 차분하고 신중한 대응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인사파동으로 잃은 점수를 어느 정도 만회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통일된 대북 메시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은 또 다른 숙제다.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소통 부족ㆍ인사 난맥상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해양수산부 부활을 골자로 한 새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여야간 힘겨루기 끝에 국회 제출 52일 만인 지난달 22일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은 핵심쟁점인 종합유선방송(SO) 소관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문제 등을 놓고 청와대에 휘둘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야당도 기싸움에 밀리지 않는 데에만 매몰된 인상을 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정치권에 숨통을 열어주지 않아 협상 지연이 불가피했다는 지적도 많다.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통해 "절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바람에 막바지에 이르렀던 여야의 협상은 원점회귀하고 말았다.

이런 에피소드를 포함해 박 대통령에게는 50일간 '소통 부족' 논란이 꼬리표 처럼 붙어다녔다. 5선 의원출신인 박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정작 취임 이후에는 여야 정치인들과 일정한 거리를 뒀다.

다만 최근 여야 정치인들과의 '식사 정치'를 통해 청와대와 여의도의 거리좁히기에 나선 점은 긍정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검증 부실로 빚어진 '인사참사'는 박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줬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등 대통령이 손수 낙점한 각료급 인사 6명이 줄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것.

인사 난맥상은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40% 초반까지 끌어내리는 결정적인 악재였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비판여론에 밀려 지난달 30일 김행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오히려 '17초 대독(代讀)사과'라는 역풍을 맞았다.

결국 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만찬에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직접 사과했다.

그럼에도 인사잡음은 '진행형'이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여당 내에서조차 능력 부족으로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야당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청와대 민정라인의 검증시스템 문제를 지적한다.

근본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수첩'에만 의존하지 말고 폭넓게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유용화 시사평론가는 "인사 추천과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는데 문제점이 개선되거나 보완되지 않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차분한 대북 대응 기조

박 대통령은 정식 취임도 하기 전에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이라는 '악재'를 접했다. 북한은 이후 정전협정 백지화ㆍ전시상황 돌입ㆍ개성공단 폐쇄 그리고 미사일 발사 등 긴장수위를 단계적으로 고조시켜 왔다.

하지만, 헌정 사상 첫 여성 군통수권자인 박 대통령은 이례적일 정도로 '차분한 대응 태세'를 견지했다.

"북한의 도발에는 초전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며 대응 의지를 천명하면서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해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낮은 수준의 경제협력은 물론 국제적 지원까지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사일 발사 위협이 한창이던 지난 11일 국회 국방위와 외통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며 북측에 대화를 전격 제의하는 '파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북한이 더 이상의 도발을 하지 않고 박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응한다면 이명박 정부 당시 막혀 버린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안보 위기상황에서 중심을 잘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용화 시사평론가도 "단호함은 보수세력에 평가를 받고 신중하고 차분함은 중도ㆍ진보층에 호응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향후 과제

인사난맥상의 재연을 방지하는 일이 우선이다. 장ㆍ차관급 인사는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다수의 공공기관장과 산하기관장 인선에서는 전문성과 자질이 최우선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야 `낙하산 논란'을 비켜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치권 및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소통과 스킨십을 강화해 민심과 여론에 귀를 더 많이 기울이는 '열린 정치'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많다.

'북한 리스크'에 대한 효율적 관리와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의 조속한 추진도 취임 100일 전에는 가시적 성과로 내놔야 할 과제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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