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출신 오만환(59·진천군 광혜원면 회죽리·☏010-3494-2172) 시인이 시집과 시 평론집을 잇따라 발간하며 문학인생 2막을 시작했다.
오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작은 연인들’(황금두뇌, 159쪽, 9000원)은 그의 퇴임기념 시집이다.
30여년간 서울 선정고 등에서 교사로 재직한 그는 올해 초 퇴임을 하며 이 시집을 발간했고, 서울 생활을 정리한 뒤 고향인 진천에서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그의 시에는 사랑이 샘솟는다. 사물과 세상을 보는 따스한 시선은 소박하지만 모자라지 않고 새롭지만 작위적이지 않다.
‘작은 연인들’과 ‘구름 위의 약속’, ‘바람의 날’, ‘점심 이야기’ 등 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모두 63편의 시가 실렸다.
‘햇볕이 옷을 갈아입히는/희망의 속삭임을 듣고 저 아래로 한 발짝 한 발짝/깨금발도 뛰면서 즐겁게 여행하는 물과/이름 모르는 풀과 꽃과/엉겨서 정겹게 살아가는 민생을/포개어 바라보면서 식은 눈으로, 그러나/한없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오늘을 들어야 봅니다/불쑥 불쑥/기기묘묘 바위들 이루지 못한 삶의 꿈이기도 하고 그렇게 꼭 보면/누구의 마음 같아서 더 한번 보고 다시 오게 되는 인연을 만듭니다 기지개 켜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게으른 나를 달래고 채찍질하며 나물 캐듯/다양한 빛깔을 속에 담아 부자가 됩니다 할미꽃이나 개동백, 산철쭉/꽃망울을 만나면 돌아가신 외할머니와/유치원 갓 입학한 조카딸의 웃는 얼굴을 영화처럼 감상하게 됩니다 봄산에 가면’(시 ‘봄산에 가면’ 전문)
나호열 시인은 “오만환 시인의 세계관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정의를 쫓되 불의를 탓하지 않는 것’이다. 상하좌우의 경계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경계를 의식하지 않는 경지를 그의 시에서 엿볼 수 있다”고, 고정욱 소설가는 “오 시인의 시는 주변 사물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고스란히 시 속에 담는다. 늘 자신의 부족함만을 탓하는 현대인들에게 만족함을 알라고 일침을 가한다”고 평했다.
대안 없는 비판과 공격 없는 따뜻한 시 평론집 ‘식탁 위에 올라온 시’(황금두뇌, 335쪽, 1만3000원)는 그가 그간 문예지에 발표한 시해설과 평론 등을 모아 엮은 책으로 40여편의 평론이 실렸다.
오 시인의 시 읽기는 동료 시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고 그들의 노고에 대한 공감이며 자아화한 감동의 영탄이다.
특히 동향의 조명희 시인 시평이 눈에 띈다. 오 시인은 조명희 시인의 시 ‘봄 잔디밭 위에’를 ‘카프 작가의 낭만과 상실 의식’으로 평했다.
어머니를 찾아 울부짖는 아이의 암흑기를 진천의 백곡천 들판과 고려인 문학을 개척한 망명지의 황량함을 3월의 하늘에 새김질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 소설가는 “오 시인의 시 읽기를 통한 시인의 식탁에 올라오는 메뉴 또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기를 지닌, 그러면서 제대로 된 미각을 느끼는데 방해하지 않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오 시인은 1955년 진천출생으로 건국대와 중앙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우리 함께 사는 사람들’에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고 농민문학작가상과 한맥문학본상, 진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시집 ‘칠장사 입구’, ‘서울로 간 나무꾼’, ‘작은 연인들’이, 평론집 ‘식탁 위에 올라온 시’가 있다. <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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