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문가들 진단…"북한 도발은 체제 단속위한 것"

현재 북한의 도발은 체제 분열을 막고 내부 단결을 도모하려는 북한 내부의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커 남북한 간의 전면전 가능성은 작지만 우발적 충돌 위험은 배제할 수 없다고 러시아 전문가들이 진단했다.

2000년대 중반 러시아군 총참모장(한국의 합참의장에 해당)을 지내고 현재 내무군 사령관 고문직에 있는 유리 발루예프스키는 14일(현지시간) 이타르타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미국과 한국군의 공세에 맞서 보복 공격을 위협하고 있지만 실제로 북한군은 미국이 지원하는 한국군에 맞설 능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군이 지상군만 1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수적으론 대단하지만 무장이 제대로 안돼 있다"며 "북한군에는 사거리 500km 정도의 낡은 소련제 미사일이 그대로 남아있고 북한이 직접 만든 미사일들은 한 번도 시험한 적이 없어 어디로 날아갈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발루예프스키는 "북한은 아직 핵(기폭)장치를 실험했을 뿐"이라며 제대로 된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는 "핵무기를 만들려면 정확한 크기와 중량을 가진 탄두를 제작해야 하고 이를 몇천 km를 날아가 폭발시킬 수 있는 운반수단에 장착해야 한다"며 "핵장치와 핵무기의 차이는 아주 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남한에 대한 실질적 위협은 첨단 미사일이 아니라 비무장지대에서 불과 40여km 떨어진 서울을 타결할 수 있는 북한군의 다연발로켓포들"이라며 군 하층부에서 통제 불능 상황이 일어나 이 포탄들이 불을 뿜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학아카데미 산하 미국ㆍ캐나다 연구소 부소장 파벨 졸로타례프도 우발적 사태 전개 가능성을 우려했다. 남북한 지도부 누구도 의도적으로 전쟁을 일으키진 않겠지만 서로 팽팽한 무력 대결을 펼치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자제력을 잃고 총을 쏜다면 사태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에 따라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졸로타례프는 이번 한반도 위기의 본질은 북한 내부의 권력 문제에 있다며 중국식 개방 정책을 옹호하는 세력과 보수세력 간의 대결로 당 내부에 균열이 생기자 체제 단결을 위해 외부의 군사적 위협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위기는 순전히 내부적 동기에서 비롯됐으므로 노골적 군사행동으로 이어질 리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지 정치전문가인 표도르 루키야노프도 북한의 행태를 '통제되는 히스테리'라고 규정했다. 루키야노프는 "김정은이 전 세계적으로 주기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체제 전복 상황을 북한에서 허용하지 않기 위해 외부의 도전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는 이성적으로 반응하고 있지만 북한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전혀 예측 불가능하고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보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 중요한 것은 북한이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을 인식하고 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일 북한이 먼저 공격을 감행한다면 그에 대한 보복은 치명적인 것이 될 것"이라며 "다행히 아직 북한 지도부가 자멸의 길을 택하려는 움짐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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