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강동대학교 교수)

  지금은 달리고 있다. 달리고 있는 인생은 살아있는 인생이다. 살아있는 인생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인생이다. 인생은 누구나 동일한 흐름을 타면서 살아간다.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동일한 인생이라는 전철을 밟으며 생을 살아가고 있다. 삶은 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살아보니 참으로 행복하고 좋다. 해당화 같은 인생이다. 춘사월(春四月) 막바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느낌은 한겨울 보다 더 춥다. 이는 봄을 맞이하기 위한 느낌인 듯 하고, 디지털로 표현되는 체감 수치의 온도는 전혀 아니다. 이 추위를 건강하게 이겨야 새로운 따뜻한 봄을 매우 화사하고 행복하게 맞이할 것이다. 이런 격세지감(隔世之感) 같은 시절에도 슬픈 일과 기쁜 일이 많이 있다. 요즘 어르신들의 건강이 필요하다. 갑자기 비보를 접하기도 한다. 건강했는데 갑자기 돌아가시다니 슬프다. 그런가 하면, 피끓은 청춘이 서로의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맺는다고 축하의 화혼(華婚) 소식을 전해온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 그리고 건강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삶을 기약하는 화혼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인생을 마무리 하는 죽음,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꿈꾸며 백년가약을 맺는 결혼에 대하여 이 막바지 꽃샘추위에 제고해 보고자 한다.
  결혼(結婚)이란 남녀가 부부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하며, 혼인(婚姻)이라는 용어가 평범한 말로 본인과 타인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유교적 의미에서 화혼(華婚)은 타인의 혼인에만 사용하는 미칭(美稱)으로,? 본인에게는 사용 할 수 없고, 본인의 경우는 결혼을 사용한다. 그리고, 타인의 결혼을 축하하는 용어로 성혼(聖婚), 화혼이 무난하며, 축의(祝儀)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오늘날의 결혼식은 법적으로 민사계약의 하나로 생각되며, 법적 문제와는 별도로 전통적인 풍습, 관습, 종교적 의식을 수반하여 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결혼식의 형태에는 신식 결혼과 재래식 결혼 2가지가 있다. 신식 결혼은 그리스도교식, 불교식 등으로 나뉘며 1950년대 후반부터 일반화된 것이고, 그 이전까지는 재래식 방법으로 하였다. 재래식 방법은 혼인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지면 사주(四柱), 택일(擇日) 과정을 거쳐, 전안례(奠雁禮)와 초례(醮禮)로 이어지는 대례(大禮) 의식을 거행하고, 후례(後禮)를 마쳐 결혼식을 마무리 하였다. 이러한 재래식 결혼은 현재 거의 사라지고 결혼식장이나 교회 등에서 이루어지는 신식 결혼식이 대부분이며, 간단히 폐백 정도만 남아있다.
  그렇다면 장례식(葬禮式)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다고 한다. 장례란 장사를 지내는 의식으로, 장식(葬式), 장의식(葬儀式)이라고 하며, 죽은 자에게 영혼을 담고 있던 육신을 버리는 의식이다. 육신은 영별(永別)하나 혼은 살아있다고 여겼으며, 장례식은 망자에 대한 진심과 진정한 화해를 이루는 의식 이며, 예를 갖춰 효를 다해야 한다. 영국의 스톤헨지는 거대한 축제의 장소이자 장례 의식이 행하여진 곳이다. 고대 국가가 출현하면서 피라미드, 진시황릉, 고인돌, 장군총 등도 힘센 통치자의 무덤이다. 현대에 들어 숲의 나무 옆에 시신을 묻는 수목장이나 유골을 화장하여 바다나 숲에 뿌리는 형태로 장례 문화가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인류 역사가 낳은 수많은 영웅이나 권력자들도 장생불사(長生不死)를 꿈꾸었고, 삼천갑자동방삭(三千甲子東方朔)을 포함한 많은 불사(不死)의 신화들을 남겼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꾸었던 수 많은 사람들이 인류 최초로 만든 건축물인 무덤 안에 잠들어 있다. 이제는 장례문화(葬禮文化)의 패러다임도 사전장례준비로 바뀌어야 한다. 나의 죽음에 대한 장례의식 준비로 남아있는 가족에게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사전장례준비서(事前葬禮準備書)를 작성해야 한다.
  결혼식 손님은 부모님 손님이고, 장례식 손님은 자녀들의 손님이라고 한다. 장례식 손님 대부분 고인보다는 고인의 가족들과 관계된 사람들이다. 각종 예식에서 끝까지 남아 내 곁에 있는 사람은 가족이다.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식이다. 세월이 가면 친구도 이웃도 친척도 모두 떠난다. 하지만, 끝까지 나를 지켜줄 사람은 내 가족(家族) 이다.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아끼고 여기며 사랑해야 하는 것은 나의 가족이다. 더불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잔인한 4월 보다는 가족의 품이 따듯한 4월을 만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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