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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은 손가락 어디있나
아프지 않은 손가락 어디있나
  • 동양일보
  • 승인 2013.04.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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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주변에는 참으로 많은 다문화가족들이 있다. 국적도 다양하고, 학력도 다양하다. 정말로 어디에 기준을 두어야 할지 모른다. 필리핀에서 유수한 대학을 나온 여성도 있고, 다른 나라에서 무학으로 입국한 여성도 있다. 기타 캄보디아나 중앙아시아 등에서 입국한 여성들은 종교적인 면에서 독특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다 보니 말을 하거나 행동할 때 항상 일정한 기준을 정하게 된다. 언어는 어느 정도 숙달되어 있는지, 한국에 대한 의식은 어느 정도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순서가 되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의 집안 내력과 함께 상담도 병행하곤 한다.

필자는 지방의 방송사와 협력하여 자녀 교육에 임하는 경우도 많다. 근자에는 남편들의 교육에 더 신경을 쓴다. 가정의 평안이 나라의 평안과 직결된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도 신경쓰이기는 마찬가지다. 전형적인 한국인의 가정과는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한국적인 가정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도움이라야 상담과 격려가 되겠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끔은 해결점이 보이기도 하고, 또 재미있게 잘 사는 가정을 보면 더불어 행복해지기도 한다.

상담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자녀교육에 관한 부모들의 마음이다. 어느 집이고 문제가 없는 집안은 없다. 다문화가정은 특히 심하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있는 자녀도 생각보다 많다. 중도입국자녀의 경우는 언어의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필자가 보는 견지에서는 일반 가정에 비해 장애를 지닌 가정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없는 가정을 못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 가정도 예전에 비해 ADHD가 많아졌다고 한다.

금산의 한 초등학교를 보자. 1학년의 50%이상이 이미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다. 한 학년을 대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의상 이름은 가명으로 한다. 필리핀 어머니를 둔 재경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갖고 있다. 수업시간에 한 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조리대에도 올라간다. 몸을 비비꼬면서 말도 어눌하게 한다. 필자의 권유로 전문의 진단을 받아본 결과 ADHD로 나왔다. 그 후 약을 먹으면서 학교생활을 한다. 아침부터 오후 두 시까지는 서리맞은 병아리처럼 기운이 없다. 아마도 약기운 때문인 듯하다. 동현이는 중도입국자다. 어려서 필리핀에 갔다가 거기서도 적응 못하고 다시 다섯 살 때 한국에 왔다. 한국어도 아니고 따갈로어도 아닌 발음으로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다. 약간의 폭력성향을 보인다. 원래는 굉장히 여린 아이인데 자기보호본능이 작용하는 것 같다. 공부하는 것보다 공차기를 더 좋아한다. 정식이는 베트남 어머니와 살고 있다. 동생도 있으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아버지는 늘 늦게 귀가하고 어머니는 깻잎밭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식당에서 일한다. 늘 피곤하다. 자녀를 돌볼 여력이 없어 마을 공부방에서 늦게 귀가한다. 공부에 관심이 없어 성적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필리핀 어머니를 둔 철진이는 반장이다. 상당히 밝고 쾌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 구석에는 늘 불만이 많다. 모친이 가정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버는 돈으로 다섯 식구가 먹고 산다. 아버지는 대인기피증이 있어 한 달에 한 번 겨우 밖에 나갈까 말까 한다. 늘 성인 등급의 게임에 빠져 있다. 유혈이 낭자한 살생하는 게임을 하고, 글짓기를 하면 자살’, ‘죽여등의 단어를 즐겨 쓴다. 가슴 한 구석에 사회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차 있는 결과이다. 미술치료 전문가와 아동심리 전문가가 동원되어 함께 학습한 결과 예전에 비해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필자가 아는 한 다문화가정의 자녀 교육은 어느 집이나 하나 이상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일반가정이 다 그렇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들이 조금 더 심하다. 물론 평안하게 잘 지내는 가정도 많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논하기로 한다. 다문화가정의 문제는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지고 가야할 문제다. 다행히 시골의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서 거의 개인지도 형식으로 하기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가정의 문제가 사회의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많은 전문가를 파견하여 이들의 문제를 직접 확인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

<중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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