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걸레 묻혔던 손들, 청정 태안 반갑다!

 

기름범벅 조약돌, 죽어가던 철새들, 대한민국이 울었다

그후 7년, 태안의 푸른바다와 숲이 봄 햇살에 싱그럽다


요즘 여행사가 울상이다. 중국에서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AI)가 기승을 부리며 해외여행자가 크게 줄어서다. 중국을 찾는 관광객이 줄어든 것은 당연하다. 다른 나라도 찾지 않는다는 것.

이유는 ‘트라우마’ 때문. 조류 독감 피해가 이웃한 우리나라에도 ‘스트레스’가 된 것이다.

이처럼 재난으로 인한 ‘후유증’을 겪는 곳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2007년 기름유출사고를 당한 충남 태안지역. 그러나 태안의 자연은 기적처럼 되살아났다.

회복에 10년 이상 걸릴 것이란 예상을 멋지게 뒤엎었다. 최근에는 생태탐방로를 정비,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빼어난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주말, 태안의 생태탐방로를 찾아보자. 기적을 부르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픔 서린 태안의 ‘생태탐방로’

태안의 해변은 아름다움 속에 아픔이 녹아 있다. 지난 2007년 12월 청정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프리트호가 좌초돼 유조선에 실려 있던 모두 1만2547kℓ의 원유가 누출됐다. 누출된 기름띠는 만리포, 천리포, 모항을 거쳐 안면도까지 유입돼 청정한 해안을 오염시켰다. 재앙은 온 국민의 마음을 울렸다. 처참하게 망가진 광경에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는 조약돌 하나하나를 닦아내고 기름범벅으로 죽어가던 철새를 살려냈다.

되살아난 태안의 해변은 옛 모습 그대로 깔끔해졌고, 송림 숲 그늘을 지나는 봄바람엔 싱그러운 기운이 묻어난다.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태안의 해변은 새로운 명소와 함께 봄철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자연환경이 되살아나며 새로 꾸며진 생태탐방로들이 바로 그것이다.

태안반도 생태탐방로인 ‘솔향기길’, ‘해변길’, ‘태배길’ 등의 이름을 가진 이들 길을 거닐면, 탁 트인 바다와 고요한 숲의 생태환경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다. 기름사고 당시 자원봉사자들이 이용하던 방제길에서 생태탐방로로 탈바꿈한 길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걸음마다 솔향 가득…‘솔향기길’

삼면이 바다인 태안군, 리아스식 해안이 연출한 절경이 빼어나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들쭉날쭉한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조성된 ‘솔향기’길은 이원면 만대항에서 태안읍 냉천골까지 모두 51.4㎞ 구간에 펼쳐져 있다.

조성된 코스는 현재까지 모두 5개. 이 중 으뜸은 만대항~꾸지나무골 해수욕장 구간의 1코스이다. 10.2㎞에 이르는 이 구간은 태생부터가 남다르다. 이 길은 기름유출 사고 때 자원봉사자들이 방제작업을 도우려고 만들었다. 자원봉사자들이 가파른 언덕을 걷기 좋게 길을 닦고 줄을 놓은 것이 시작이다.

그래서인지 첫 시작은 비좁은 바윗길에 늘어진 줄을 잡고 올라서는 길로, 조금 힘들지만, 곧바로 이어진 숲길의 경사가 완만해 부담은 없다. 숲길을 걷다보면 생태계의 보고인 가로림만(灣)이 한눈에 들어온다. 반대편 해안의 황금산·삼형제바위 등과 어우러진 풍경이 일품이다.

가로림만을 거쳐 희망벽화방조제에 이르는 2코스, 희망벽화 방조제에서 밤섬 나루터를 거쳐 새섬까지 이르는 3코스, 새섬에서 청산포구를 지나 갈두천까지의 4코스를 걸을 때면, “이거다”하고 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갈두천에서 냉천골까지의 5코스는 올해 새로 조성된 코스다. 길목 곳곳에 용난굴과 구멍바위, 소코뚜레바위 등 신비한 풍경이 많다. 어느 코스에서도 싱그러운 솔향기는 물론, 전형적인 어촌마을의 정겨움까지 선사한다.

 

●되살아난 바다 300리…‘해변길’

씻을 수 없는 상처에서 벗어난 태안은 ‘치유’ ‘재생’의 아이콘이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이라는 말과도 가장 가까운 여행길. 태안 해변길은 ‘치유의길’이다.

원북면 학암포에서 소원면, 남면, 안면읍을 거쳐 고남면 영목까지 120㎞ 길이로 조성된 해변길은 △바라길 △곰배길 △유람길 △솔모랫길 △노을길 △샛별바람길 등 6개 구간으로 이뤄졌다.

시작인 바라길은 원북면 학암포에서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까지 28㎞ 코스로 신두리 해안사구와 함께 천리포수목원, 만리포해변 등 천혜의 경관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만리포~몽산포해수욕장의 53㎞ 곰배길은 서해안 염전과 광활한 갯벌을 감상할 수 있으며, 갯마을 농촌체험, 자염·독살체험 등 다양한 농어촌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유람길은 유일하게 유람선을 타고 이동하는 해상로다. 배를 타고 이동하며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해안선과 도서지역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솔모랫길은 ‘태안 7경’에 해당하는 몽산포 해변과 별주부마을로 유명한 청포대 해변을 구경할 수 있으며, 노을길은 ‘태안 8경’인 할미할아비바위, 꽃지해변과 더불어 천연기념물인 모감주나무군락까지 감상할 수 있다. 이름답게 노을이 아름다우니 석양이 지는 시간에 맞춰 오는 것도 좋다.

마지막코스인 샛별바람길은 꽃지에서 영목항까지 29㎞ 코스로 병술만의 드넓은 해안선을 만날 수 있는 곳. 각종 해앙레포츠를 즐길 수 있고, 영목항에서의 다양한 먹거리도 관광객들의 마음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이곳선 모두사진작가…‘태배길’

태안군 소원면의 태배길도 기름유출 사고 때 자원봉사자들의 방제활동 과정에서 만들어진 방제길이다. 태배길은 몇 년 전까지 군사지역으로 출입이 제한됐던 곳이지만 기름유출 사고 이후 기름 제거를 위한 방제용 길로 활용됐다.

옛날 중국의 시선 이태백이 조선에 왔다가 이 지역의 빼어난 자연경관에 빠져 머물렀다는 유래에서 붙여진 지명이다. 전체 길이가 6.5㎞로 솔향기길 한 코스보다도 짧지만, 가는 길마다 절경과 체험장이 있어 인기는 더욱 높다.

산책로 6코스는 기름유출사고의 ‘아픔’과 되살아난 태안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순례길 △고난길 △복구길 △조화길 △상생길 △희망길 등의 이름으로 각각의 테마대로 의지를 담았다.

이들 코스를 이어 걷다보면 의항, 구름포, 신너루 해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으며 전통독살체험장과 등대 등 어촌마을의 정겨운 모습과도 만날 수 있다. 환경재앙의 불행한 역사를 되새기기 위해 주요 방제작업지점에 당시 상황을 담은 안내판이 있고, 유류피해 시료전시관과 전망대에는 피해극복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태배길 정상에 위치한 포토존은 신두리 해안사구를 비롯해 구름포 해변 등 태안해안국립공원의 절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곳이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 25곳 중 하나로도 이름을 올렸다. 아름다운 해안과 10여개의 섬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금빛 백사장, 광활한 갯벌 등이 자리 잡은 태안의 숨겨진 보석과 같은 길이다.

<태안/장인철>

● 여행정보

 

● 여행 팁=‘솔향기길’은 태안군 이원면 만대항에서 시작되며, ‘해변길’은 태안해안국립공원의 신두리 해안사구에 위치해 있다. ‘태배길’은 소원면 의항항으로 가면 된다. 신설 구간 등으로 이정표가 없는 곳도 있으니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자.

신두리 해안사구 가는 길의 천리포수목원은 2009년에야 일부지역이 일반에 공개된 우리나라 1세대 수목원이다. 호랑가시나무, 목련, 동백나무, 단풍나무, 무궁화 등을 중심으로 1만3200여 종의 식물이 심어져 가족과 함께 봄을 맞이하기 좋은 곳이다.

 

● 문의= 태안군청 문화관광과(http://www.taean.go.kr·☏041-670-2414),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taean.knps.or.kr·☏041-672-9737), 천리포수목원(www.chollipo.org·☏041-672-9982~3).

 

● 가는 길=<서울·광주방면> 서해안고속도로→서산IC→서산·당진·태안 방향 32번국도→태안, 서해안고속도로→홍성IC→AB지구 방조제→태안·안면, 경부고속도로→평택→삽교천→당진→서산→태안 <부산·대구방면> 경부고속도로→대전→대전당진고속도로→서산IC(해미IC)→태안, 경부고속도로→대전당진고속도로→홍성IC→AB지구 방조제→태안·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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