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신성대학교 복지행정과 교수>

 지난 해 말부터 페이스북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활용법도 잘 모르고 공연히 시간을 뺏긴다는 생각에 소통을 안했었는데 이제는 매일 아침이나 저녁, 또는 시간 날 때 페북 주위를 얼쩡거린다. 페이스북을 하다보면 한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그래서 어떤 때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페이스북을 하기도 한다. 예전엔 아들에게 컴퓨터게임에 너무 열중한다고 꾸지람을 했었는데 요즘에는 아내가 “또 페이스북 하는 거야”라며 눈을 흘긴다. 친구들도 “그 시간에 골프를 하든지 아니면 나이에 맞는 운동을 해야지 뭐 그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궁상이냐”라거나 “교수가 책을 봐야지”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이것은 페이스북의 기능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다. 페이스북은 활용여하에 따라서 장점이 아주 많다. 페이스북에 시간을 쓰는 것과 컴퓨터게임에 시간을 쓰는 것이 결과적으로 재미있게 시간을 소비한다는 측면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쌍방적인 정보교류를 통해서 생산적인 활동에 기여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반면 컴퓨터게임은 일방적인 프로그램에 따라서 오락활동에 치중하며 비용이 더 든다. 필자는 페이스북 활동을 하면서 지인에게서 논문심사를 요청받았고 전혀 모르던 페친에게 포럼 사회를 부탁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에 열중하는 것은 습관인가 중독인가? 아님 시간 때우기인가?
 페북이 나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페북에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내용들이 풍부하게 모여있다. 많은 사람들이 현안에 대한 자기 나름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각자의 취미 또는 여행 다녀온 곳, 맛 집, 먹음직한 음식, 자기가 본 영화, 듣기 좋은 음악, 추억이 담긴 사진 등 다양한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하기 때문에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 그리고 듣는 재미가 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또 언제 그런 곳을 다녀왔는지 라고 할 정도로 별의 별장소와 별일들이 페북 속에 있다. 페북 속에는 우리네 인생이 축약해서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페북에 대한 취사선택권이 나에게 있다는 것이다. 페친을 결정하거나 끊는 것도 내가 하고 화면에 뜨는 소식을 읽거나 지나치는 것도 내가 하고 또 찬성의견이든 반대의견이든 자유롭게 개진하는 것도 내가 하는 등 페북에서의 모든 활동은 전적으로 나의 의지에 달려있다. 사람이 살면서 의사결정권을 온전하게 행사한다는 것은 개인의 자존감향상을 위해서 대단히 중요하다. 오프라인에서 생활하면서 내가 100% 결정권을 행사하거나 집행권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오늘도 우리는 생활하면서 누군가로부터 지시를 받고 일에 치여서 하루를 보낸다. 이런 점에서 페북은 나의 결정권을 전적으로 보장해주기 때문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정보교류와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페북을 통해서 평소에 알지 못했던 사람들과 친구로서 교류하고 현실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유명인과도 만날 수 있다. 또 예전에 몰랐던 지식이나 정보 그리고 단어를 안 경우도 있다. '19금'만 알았던 내가 '불금’(불타는 금요일)과 ‘행쇼’(행복하십시오)를 알게 된 것도 페북에서 였다. 이런 점에서 페북은 과거 농경사회에서 마을사람들이 모여서 이바구를 나눴던 사랑방이나 빨래터를 연상케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누군가와 어떤 방식으로든 소통하기를 원한다. 더구나 약간의 익명성과 공개성이 보장되는 공간일 경우 그러한 소통은 자유롭게 활성화 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누구나 '훔쳐보기'와 '보여주기' 그리고 '참견하기'를 좋아한다. 페이스북은 이러한 요소를 골고루 잘 구비해 놓았다. 이러한 이유로 오늘도 나는 누군가를 몰래 훔쳐보고 내 것도 살짝 보여주고 누군가에 대해 끼어들어 참견하려고 페이스북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다만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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