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는 육아에 관심 있는 젊은 초보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은 TV프로그램이다. 사례중심으로 엮어가는 이 프로그램의 주 내용은, ‘생떼’가 습관이 된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기 위한 부모의 역할과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여기서 요구되는 부모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잘못된 ’성공의 기억’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차의 잘못된 성공기억은 차후의 행동에도 이를 반복하게 되면서 일종의 습관으로 굳어지게 되고, 나아가 성격형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에게 그릇된 ‘성공의 기억’은, 생떼로 욕구를 충족하는 사례가 반복 될수록 확신으로 굳어지고, 이것이 거부 될 때는 분노를 폭발, ‘생떼'의 강도를 높여간다. 마침내 안하무인의 독불장군으로 행동조절이 불가능한 막무가내 ’어린폭군‘이 된다. 이 어린 폭군에게는 죄의식이 없다. ’생떼‘가 곧 정당한 방법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오냐오냐’가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부모, 원칙 없이 자기감정에만 충실한 철부지 부모, 시끄럽고 귀찮다고 방기하는 부모 밑에서, 이런 막무가내 ‘어린폭군’은 길러진다.    
 생후부터 유아기(幼兒期)까지가 습관이나 성격형성에 가장 중요한 시기다. 울어도 정한 시간 외에는 젖을 주지 않는다거나, 탐나는 장난감이 있어도 주인의 허락 없이는 마음대로 가질 수 없다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타인에 대한 행동이나 언어에 이르기까지, 욕구충족을 위해서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야 한다. 운다고 젖을 먹이는 것은 아이에게 사랑의 양식을 주는 게 아니라 ‘생떼’의 효과, 즉 그릇된 ‘성공의 기억‘을 심어주는 것이다.
 생떼에 익숙한 아이는 부모의 반응을 시험하며, 어느 정도로 강도를 높여가야 할지를 계산하고, 나름대로 인내심을 발휘한다. 인내싸움에서 부모가 손을 들면, ‘어린폭군’의 착각은 영원히 바로잡지 못한다. TV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는 이런 아이에게 생떼가 욕구충족의 정당한 수단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게 하라는 것이다.     
 북의 벼랑 끝 전술이란 게 ‘생떼’의 진화(進化)요 상투수단이란 건 국제사회가 다 안다. 생떼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그릇된 ‘성공의 기억’, 착각을 심어 준건 우리다. 떼를 쓰면 달래기 위해 ‘퍼주기’도 하고 도발해도 확전을 염려해서(?) 솜방망이 응징으로 대처해 왔다. 얼마나 퍼주고 어떻게 대처해 왔는가를 열거하는 건 이제 의미가 없다. 문제는 그래도 북한이 변하기는커녕, 변할 징후도 없으려니와 오히려 생떼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29세의 통치자, ‘젊은 폭군’의 등장으로 착각과 오판의 위험이 높아졌다. ‘서울 불바다’협박은 ‘워싱턴 불바다’로 확대됐다. 우리 대선직전(12.12.12)에 장거리로켓을 발사하고, 박대통령취임 임박시기(13.02.12)에 3차 핵실험을 벌인데 이어, 사이버테러에 개성공단까지 폐쇄했다. 온갖 짓으로 우리의 분노를 촉발하고 의지를 시험하면서도, 되레 ‘존엄모독을 사죄하라’며, 우리더러 ‘호전광’이라고 역공이다, 적반하장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다 
 전쟁에 ‘윈윈게임’이란 없다. 일단 벌어지면 ‘치킨게임’이 될 뿐이다. 그런데도 저들은 ‘그러면 핵전쟁을 할 테냐?’고 우리의 인내를 시험하고 있다. 우리의 답은 물론 ‘아니다’이다. 이제껏 쌓아 온 경제기반과 온 국민의 안전 외에도 지켜야할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의 경제는 더 무너질 구석이 없다. 주민의 안전도 여벌이다. 오로지 지켜야할 게 있다면, 김씨 일가와 추종자들의 권력이다. 6.25남침 때는 중국과 소련, 두 동맹국의 덕에 붕괴를 면했다. 지금은 고립무원의 독불장군이 된 북이, 아무리 속전속결로 전쟁을 치른대도 과연 며칠을 버틸지? 김씨 일가의 안전, 그 체제존속은 가능할지? 답은 불문가지요 명약관화할 것이고, 저들 자신도 모를 이가 없다. 그런데도 저토록 질긴 도발에 집착하는 건, 잘못 된 ‘성공의 기억’때문이고, 그 집착은 ‘핵보유국 인정’ 외에 무얼 더 요구할지 모른다.
 착각에 빠진 북의 행동은 튀는 방향을 알 수 없는 럭비공처럼, 합리적 예측이 불가능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저들이 착각을 깨우칠 때까지 ‘모든 도발에 완벽한 대비’뿐이다. 미국이나 유엔 역시 뾰족한 카드가 없다. 결국 쌍방이 피를 말리는 인내싸움이고 기(氣)싸움인데, 북에 ‘특사’를 보내라며 우선봉합을 재촉하는 사람들이나, 민족애의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일시봉합으로는 저들의 ‘잘못된 성공의 기억’을 바로잡을 수 없다. 오히려 착각의 효과를 또 한 번 인정해 주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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