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올해 연간 세비가 1억4586만여원에 이른다고 한다.
직종과 업무의 성격이 달라 단순 비교는 무리이겠지만 우리나라 전체 근로소득자 가운데 1억원이상 연봉자 그룹에 드는 상위 2.3% 수준이다.
세비외에 정책개발, 출장비 등 국회 운영경비에서 지원되는 활동 경비도 연간 1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연간 세비 수준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
의정활동을 위한 정당한 수준이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고 주요 선진국 의원들의 세비 수준이나 실제 의정활동에 비해서 높게 책정됐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지난 10여년 경제난에 적잖은 고통을 감내해온 국민의 일반적 정서와 동 떨어진 지속적인 세비 인상이 진행돼 왔다는 점이다.
민주통합당이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세비는 수당이 7757만원, 입법활동비 3763만원, 정근수당 및 명절휴가비 1422만원, 특별활동비 790만2720원, 정액급식비 156만원 등 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수당과 중·고교 자녀학비도 준다. 세비외에 정책개발 및 자료발간 비용, 출장비, 사무실·차량운영비 등 연 1억원 정도가 전체 국회 운영경비에서 지원된다. 이런 세비 수준은 지난 2001년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근로소득자나 자영업자가 상당수 실질소득 감소와 막대한 가계부채에 고통 받는 기간에도 세비 인상은 꾸준히 진행된 셈이다.
우리 국회의원 세비는 일본, 미국 보다는 낮지만 독일, 프랑스, 영국보다는 높다. 영국 의원의 연간 세비는 6만5738 파운드(1억1300만원)정도고 미국 연방 상·하원 평의원의 경우 17만4000달러(1억9400여만원)이다.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미국과 일본의회는 경제난을 감안, 세비를 자진삭감하거나 동결한 상태다.
여·야는 조만간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에 공약했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관련법 개정 논의에 들어간다.
세비를 30% 삭감하는 ‘국회의원 수당법 개정안’과 의원 연금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의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이 논의의 핵심이다. 여·야 모두 내부 반발이 적지 않다고 한다.
지난 총선때에도 여야가 앞 다퉈 약속한 정치 쇄신 공약이 선거가 끝난 뒤엔 세비 20% 인상조치로 국민정서를 외면한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하지만 두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번에는 그야말로 논의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은 국회가 더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미디어리서치가 19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국회의원 특권 가운데 제한을 둬야할 항목으로 복수 응답자를 포함해 69.8%가 ‘연봉’을, 68.2%가 ‘연금’을 꼽았다. 국민이 국회를 보는 싸늘한 시선이다.
적정 세비의 산출 및 조정을 위한 엄격한 기준 적용, 세비 결정 구조의 개혁 등이 폭넓게 되기를 기대한다. 고통 분담의 정신도 반영돼야함은 물론이다.
특권을 당연한 권한으로 붙들고 있으면 있을수록 국회에 대한 불신은 깊어진다. 특권을 제대로 내려놓아야 국민은 국회에 대한 신뢰와 권위를 회복시켜준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