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화’라는 깃발을 들고 야심차게 시작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시행 1년 만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닥쳤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동반성장이라는 ‘상생’의 취지 대신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간 이해득실 다툼의 장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대형마트들은 행정기관의 무리한 규제에 반발, 소송을 불사하고 있다.

청주지역 7개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들과 청주시가 의무휴업의 적법성 여부를 놓고 벌이는 소송은 벌써 3번째다.

청주시는 지난해 두 차례 영업규제 처분을 내렸으나 조례 문구와 시행 절차를 문제 삼은 대형마트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번번이 패소했다. 청원지역 대형마트도 최근 청원군을 상대로 영업규제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비단 충북 뿐 아니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시행한지 1년 만에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이다.

대형마트 등 업계 입장에선 의무휴업에 따른 매출하락을 막기 위한 강구책으로 휴업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겠지만, 법률공방에 규제를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에 재래시장 상인들과 소비자들은 혼란 속을 헤매고 있다.

소비자들은 문 닫은 마트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 재래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반사이익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어떤 제도든 ‘득’과 ‘실’을 따지기 전 시행착오라는 것을 겪기 마련이다.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한다는 좋은 취지임에도, 잇속 챙기기 바쁜 대형마트들의 ‘속 좁은’ 행동엔 화도 난다.

그러나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을 일순간 높일 순 있어도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영세상인 보호로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당초 의도대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려면, 보다 치밀한 대책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1년 동안 소비자들과 재래시장 상인, 대형마트들이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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