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한국 인도네시아 공장을 가다

국내 도자기 산업은 한국도자기와 행남자기 양대축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도자기산업에 일대 변혁이 일고 있다.

그 도자기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주)젠한국이다.

한국도자기 김종호 창업주의 4남으로 한국도자기의 성장을 견인하며 대표이사까지 맡았던 김성수 회장이 2004년 한국도자기 해외법인을 독립해 창업한 회사다.

젠한국의 핵심기지인 인도네시아 공장을 찾아 젠한국이 도자기산업을 선도하고 세계시장을 지배하게 된 배경을 살펴봤다.<편집자>

 


인천공항을 떠나 7시간 정도 지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동남아 최대 인구 국가로 최근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원이 풍부한 데다, 인구 2억5000여명으로 노동력을 구하기도 쉽다는 점에서 최근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나라다.

그 중심인 자카르타에서 1시간 남짓 차를 타고 달리다보니 젠한국 인도네시아 공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곳이 한국, 아니 세계 도자기산업의 파란을 주도하고 있는 젠한국의 핵심기지다.

세계적으로 도자기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젠한국 인도네시아 공장은 활기가 가득했다.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법하다.

젠한국의 트레이드마크는 ‘친환경 도자기’다.

먹는 음식을 담는 그릇이다 보니, 사람들은 무엇보다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하기 마련이다.

젠한국이 친환경을 경영 화두로 삼은 이유다.

젠한국이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한국과 영국, 독일, 뉴질랜드 등 기후조건과 토양이 우수한 나라에서 조달한 최상급의 천연원료만 사용한다고 한다.

이같은 친환경 경영 덕에 도자기 업계로는 최초로 로하스(LOHAS) 인증을 받았다. 유해물질의 사용 제한 규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보다도 까다롭기로 이름난 미국 ‘캘리포니아 법령 65’도 통과했다.

이 때문에 젠한국이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세계적으로 ‘안심하고 먹을 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인식에 높아지고 있는 추세에 부응한 것이 회사의 성장을 견인한 셈이다.

본 차이나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도자기산업의 대명사로 불리는 영국 웨지우드를 비롯해 막스앤스퍼스와 로열덜튼, 독일의 빌레로이앤보흐, 일본 최고의 도자기 업체인 노리다케, 미국의 레녹스, 미카사 등이 젠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에 자신들의 이름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

젠한국이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수출하는 나라는 30여개국.

특히 전체 생산량의 70% 정도를 미국과 유럽에 납품하고 있을 정도로, 제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고품질 기술력도 차별화된 성장 동력이다.

김 회장은 도자기를 직접 만들 정도로 우수한 기술력과 수십년간 도자기업체에서 제품 생산과 마케팅을 주도하며 축적한 경험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료배합에서부터 생산, 포장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외주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일괄공정이 가능하다.

제품 수주를 받으면 늦어도 한 달 안에 제품을 납품할 수 있는 초스피드 생산 공정도 이같은 시스템 덕이다. 공정 과정을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하다보니, 납기 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해외 바이어들이 예정에 없던 주문을 해도 납기내 제품 생산이 가능할 정도여서 해외 바이어들 사이에서 신용도가 높다.

젠한국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연간 매출의 15% 정도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할 만큼 기술력 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

고품질 제품 생산을 위한 첨단 설비 도입은 물론 우수한 인력 확충을 통해 품질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

이러한 제품의 우수성과 함께 시각적 효과인 디자인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 회장의 부인인 이현자 사장이 디자인 개발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공예를 전공한 이 사장은 디자인 개발 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독특하고 화려한 디자인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창의적인 제품 아이디어도 큰 몫을 하고 있다.

3년 연속 신기술으뜸상을 수상한 ‘도자기 식판’은 환경호르몬 위험이 없는 신개념 식판이다. 안전한 소재를 사용한 것은 물론 열 안정성도 뛰어나 전자레인지는 물론 오븐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젠한국은 도자기 식판을 비롯한 모든 제품을 100% 정제된 천연 광물 및 납과 카드뮴이 없는 100% 무연 유약만을 사용해 생산하고 있다.

3년간의 기술개발 끝에 개발에 성공한 도자기 밀폐용기 ‘젠앤락’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젠한국의 수출 브랜드인 ‘St.James’는 우수한 품질과 예쁜 디자인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명품’으로 대접받고 있다.

젠한국의 수출 신장을 보면 회사가 얼마나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2003년 1200만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액이 2007년 2000만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009년 3000만달러, 2010년 4000만달러를 넘어서는 등 파죽지세의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젠한국 인도네시아 공장은 한국에서 파견된 20여명의 임직원과 1500여명의 도자기 전문가들이 근무하며 연간 8000여종의 2000만개 제품을 생산해내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 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주인의식이 남다르다.

단순히 고용돼 일하는 근로자라는 생각을 하기보다, 스스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이는 ‘모든 임직원은 가족’이라는 김 회장의 경영철학에 기인한다.

이처럼 고품질, 친환경, 독창적 디자인, 우수한 생산 시스템, 인화 경영이 조화를 이루면서 ‘충북의 향토기업’ 젠한국이 세계 도자기업계의 기린아로 빠르게 성장해 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공장서 만난 ‘젠한국’ 김성수 회장

 

“전 세계 주방과 식탁을 메이드인 젠한국으로 바꾸겠습니다”

이도다완(井戶茶碗). 일본의 국보로 귀히 여겨지는 도자기 그릇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 도자기 생산기술을 전파한 한국에선 막사발로 홀대받던 도자기 그릇이 일본에선 최고의 대우를 받는 셈이다.

일본에선 이도다완 하나를 오사카성(城)하고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도자기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이같은 일본에서 최고의 도자기업체로 명성을 얻고 있는 노리다케 회사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젠한국에서 생산한 것들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일본 대표 도자기 브랜드인 노리다케가 고급 도자기 제품을 OEM방식으로 납품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본은 세계 도자기 시장에서 톱을 달리는 국가라는 점에서 젠한국의 기술력과 품질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죠.”

김종호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4남인 김성수(65·사진) 회장은 도자기사업에 대해 남다른 열정과 신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도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택했다.

“도자기 기술을 배워서 선친께서 창업한 한국도자기를 키우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죠. 단순히 욕심이 아니라, 제게는 사명감 같은 것이었습니다.”

김 회장은 대학을 졸업한 뒤 1970년 국립공업연구소 요업과 연구원으로 도자기를 연구하다, 3년 뒤 한국도자기 연구실장으로 본격적인 도자기사업에 뛰어들었다.

도자기 기술 개발을 주도했던 김 회장의 야심작은 본차이나와 슈퍼스트롱이다.

본차이나는 소뼈를 활용한 도자기로, 중국 도자기의 독창적인 기법이어서 유럽은 물론 세계 도자기업체들이 이를 재현하기 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김 회장은 한국도자기 재직 시절, 설렁탕집에서 소뼈를 얻어다 도자기를 만들길 수백번 끝에 마침내 국내 최초로 본차이나 개발에 성공했다.

“본차이나 개발에 성공했지만, 막상 높은 가격 때문에 판매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개발해 낸 것이 슈퍼스트롱이었죠.”

슈퍼스토롱은 본차이나의 특성을 그대로 지니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춰 도자기 시장에서 말 그대로 ‘대박’을 냈다.

한국도자기에서 독립해 젠한국을 창업한 뒤에도 이같은 기술 개발은 멈추지 않는다.

세계 최초로 도자기 밀폐용기와 전자레인지용 도자기용기를 개발하고, 납성분이 없는 유약을 발라 도자기를 굽는 친환경 기법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도자기업계의 ‘불루칩’ 젠한국을 이끌고 있는 김성수 회장은 생각부터 남다르다.

“도자기를 활용한 다양한 주방용품을 만들어 세계 각국의 주부들이 품격있고 안전하고 편리한 주방용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꿈입니다.”

도자기 주방용품 업체로 특화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재 젠한국은 OEM 제품 생산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독자 브랜드로 세계 도자기 시장을 평정하겠다는 게 김 회장의 야심이다.

“최근 한국에 선보인 영국의 유명 브랜드 디자이너스길드와 세계적 공예가인 레이첼바커와 손잡고 만든 제품은 독자 브랜드로 가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독자 브랜드로 성공하기 위해선 우수한 품질과 뛰어난 디자인, 가격 경쟁력에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남들이 도자기 산업을 사양산업이라 하지만, 분명 새로운 도자기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이미 도자기가 고급 식기로 새롭게 자리잡고 있다”며 “도자기는 조리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환경오염 물질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적이면서 예술적 디자인을 가미하고, 가격 경쟁력까지 우수한 도자기 제품 생산을 통해 전 세계 주방과 식탁을 ‘메이드 인 젠한국’으로 바꿔 놓겠다는 게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최근 서울 도곡동에 젠한국 사옥이 우뚝서면서 국내 도자기업계에 긴장감이 팽배하다.

젠한국이 그동안 수출에 주력해왔으나, 이제는 내수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젠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이는 젠한국이 OEM업체에 머물지 않고 세계 최고의 도자기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확신과 잠재력을 갖게 하는 힘입니다.”

김 회장의 꿈은 머지 않은 듯하다. 젠한국 인도네시아 공장의 힘찬 호흡소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자카르타=김홍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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