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충북생생연구소장)

얼마 전 어린이집 교사들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우리 지역에서 어린이집 학생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그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다짐을 하는 자리여서 분위기가 매우 침통했다. 사고 경위를 들어보면 어린이집 교사만을 탓하기는 어려웠지만 경위야 어찌 됐던 자식을 잃은 부모의 원통한 마음을 달래 줄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우리 부부도 젊은 시절 맞벌이를 했기 때문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는 둘 중에서 시간이 되는 사람이 직접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 문제가 없었지만 오후에는 애 혼자서 집에 왔기 때문에 혹시나 교통사고가 날까 늘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 그때의 걱정과 두려움을 생각하면 이번 일이 남 일 같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

필자가 아이를 키울 때보다 어린이 안전과 관련한 조치가 많이 이루어졌다. 아이들을 위한 통학버스가 생겼고, 노란색으로 칠을 해 다른 차들이 조심을 하게 하는 한편 타고 내릴 때 보호자가 일일이 챙기도록 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제도 하에서는 늘 아이가 통학버스를 안전하게 타는지, 안전벨트는 잘 매는지, 차를 타고 내릴 때 인솔 선생님이 끝까지 보호해 주는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현행 제도는 어린이를 보호하기에는 미흡하기 때문이다. 어린이 교통사고가 있을 때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잘 정비된 어린이 통학제도가 소개되곤 했다. 굳이 그런 보도가 아니더라도 많은 국민들이 유학이나 주재관, 사업상의 이유로 해외경험을 해 봤기 때문에 미국에서 어떻게 어린이를 통학 시키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미국과 같이 법규를 잘 지키고 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은 나라에서도 어린이 통학과 관련된 제도는 매우 엄격하다. 그에 비해 운전자를 비롯해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불감증이 일상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어린이 통학관련 보호제도는 미국에 비해 더욱 엄격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 가령 미국의 경우 누구나 쉽게 통학버스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규격화되고 아이들이 쉽게 승하차 할 수 있게 만들어진 버스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통학버스를 종합적으로 운영하는 회사가 있다. 교육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민간에 위탁한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문적으로 교육 받은 운전자들이 안전하게 아이들을 수송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의 경우 버스를 운영하는 책임이 개별 어린이집에 주어져있다. 그러다보니 '자동차 안전기준'에 맞도록 어린이통학버스 차량을 개조하는 일, 어린이 운송과 관련한 안전사항 숙지, 또 보호자가 동승해 어린이의 안전한 승하차를 돕는 것과 함께 안전벨트 착용, 과속금지 등 어린이통학버스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준수해야 하는 제반 사항을 어린이집 운영자와 그 차를 운전하는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무래도 구조적으로 미국에 비해 미흡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어린이통학버스 운전자가 조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도로를 다니는 수많은 차량의 운전자들이 제한속도나 신호등과 같은 교통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난폭운전을 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상황을 개선시켜야 한다. 운전을 하다보면 우리나라 도로가 얼마나 사고가 쉽게 날 수 있는지 두렵기까지 하다. 도로가 좁은데다 차량이 길옆에 아무렇게나 주차되어 시야가 가려져 있어 조심을 하지 않으면 언제고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 나는  통학버스에서 자녀들이 승하차를 하고 있는데도 그 옆을 속도를 내 달리는 차량을 볼 때 마다 자문을 하곤 한다. 자신의 자녀가 길을 건너가거나 차량에서 내리고 탄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속도를 내서 달려갈 수 있을까? 잘은 모르지만 자신의 자녀가 승하차를 할 때 다른 차들이 난폭운전을 한다면 화를 내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그런 현상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미국과 같이 통학차량이 정차해 아이들을 태우고 내릴 때는 다른 차들이 그 옆을 지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쁜 사람의 입장에서는 속이 터지겠지만 그것이 싫으면 통학 시간이나 통학 노선을 피하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어린이통학사고를 막으려면 제도를 강화 시키는 한편 좀 더 안전한 통학을 위한 관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 다시 아이들이 통학 과정에서 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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