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복(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얼마 전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연내에 시?도 광역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좌하는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 수십조 원에 이르는 광역자치단체 예산을 다루고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조례제정이나 심의 등, 입법·행정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기 위함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유장관은 시·도 광역의회 보좌관제 추진은 즉흥적으로 생각한 게 아니며 광역의원들이 보좌 인력을 잘 활용함으로써 보다 향상된 의정활동과 실질적인 주민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이라고 말했다. 기초의회의 경우도 단계적으로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급보좌관제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지방정부를 효율적으로 감시 견제할 적절한 수단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의회가 제정한 ‘유급보좌관 조례’ 에 대하여 대법원은 “지방의원 보좌관제는 현행제도에 중대한 변경을 일으키는 것으로 국회에서 법률로 정해야 할 입법사항” 이라며 위법판결을 내린바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지방자치법 개정이 선행돼야한다.
 전국 시·도 광역의회의원 855명에게 유급보좌관 1명씩을 두게 하고 보좌관 1인당 연봉 5000만원을 지급한다면 연간 427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여기에 사무실 등 부대경비를 감안하면 훨씬 더 많은 돈이 소요되는데 이 또한 아직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나는 지방의원 유급보좌관제 도입에 대하여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간 밝혀진 감사원 보고에 따르면 해마다 무분별하게 개최되는 지방자치단체의 각종축제나 선심성 행사가 수백 건에 이르며 이로 인해 부당하게 낭비되는 비용이 천문학적 이라한다. 또한 지방의회가 해마다 심의 의결해야 하는 시·도 광역자치단체 예산이 수십조 원이다. 따라서 이를 감시 견제 하는 의회의 역할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함이 마땅하다. 그런 의미에서 유급보좌관제 도입은 타당성이 인정된다. 다만 폭넓은 공감대 형성을 위한 주민공청회나 각계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후 논의됐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방자치가 시행 된지 60년이 넘어 이제는 어느 정도 풀뿌리 민주주의가 성숙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지방의회도 많은 변화를 거듭했다. 과거 무급 명예직으로 출발했던 지방의회가 유급보좌관제 도입까지 거론되는 것은 장족의 발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지방의원의 업무수행 능력을 평가함에 있어 조례제정 발의건수나 발언 횟수 등으로 전문성이나 자질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국회의원의 경우 인사권이 별도 보장된 9명의 전담 공무원이 보좌를 하고 있는데 반하여 지방의원은 모든 것을 스스로 직접 해결해야 한다. 도정질문이나 각종 심의에 필요충분조건인 정보나 자료를 집행부 공무원으로부터 확보해야 하고 의회 직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인사권이 독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그 같은 행정행위가 얼마나 효율적 작용을 미칠지 의문이다. 그러므로 인사권 독립문제 역시 함께 다루어져야 할 필요 사안이다. 그런가하면 지역에서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각종 행사를 비롯한 애·경사 등, 개인적 활동도 게을리 할 수 없는 상당한 어려움이 상존한다. 따라서 유급보좌관제는 당장 이러한 어려움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진다는 것으로 지방의회의 더욱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중앙정부와 지방의 격차가 심각하다. 특히 인재와 재원이 가장 큰 문제다. 중앙과 달리 지방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상황으로 성장 동력마저 실종되고 있다. 국가가 비전 있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이 상생 발전할 때 가능한 일임을 알아야한다. 지방이 곧 국가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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