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1호 법안' 국회 통과 - 징벌적 손배 강화·중기조합 조정협의권 부여

국회가 30일 본회의를 열어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경제 민주화 관련법 개정이 탄력을 받게 됐다.

여야가 경제 민주화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핵심 법안들은 '기업 옥죄기'라는 재계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입법 추진동력을 크게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도급법 개정안도 전날 법사위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일부 여당 의원들이 제동을 걸면서 한때 이번 임시국회 처리가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하도급법 개정안은 기술탈취 행위에만 3배 범위 안에 적용하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부당 단가인하, 부당 발주취소, 부당 반품행위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납품단가 후려치기'의 대응책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중기조합)이 원사업자(원처업체)와 직접 납품단가 조정을 협의할 수 있도록 했다.

부당 단가인하, 부당 발주취소, 부당 반품행위는 납품 중소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로 지목을 받아왔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도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돼 왔다.

지난해 10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도 중소 납품업체들은 경영상 가장 어려운 점으로 납품단가 인하요구(64.4%), 원자재 가격 상승분 납품단가 미반영(56%) 등을 꼽았다.

2011년 6월 하도급법 개정으로 중기조합에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이 부여됐지만 올해 4월까지 이 제도를 이용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할 정도로 실효성이 없었다.

수급 사업자(하청업체)가 거래 단절 등 보복의 우려 때문에 원사업자와의 단가 협의에 직접 나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는 이번 법안 통과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소 납품업체에 큰 부담을 줬던 원청업체의 횡포에 대한 견제수단이 생겼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법안 통과에 앞서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협동조합 납품단가협상권 부여 등은 '경제 3불'(시장 불균형, 제도 불합리, 거래 불공정) 해소를 위한 상징적 입법이자 경제민주화의 핵심과제"라며 경제민주화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대기업들은 각종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가세하면 이중처벌 우려가 있고 시장에서 형성된 납품단가까지 협상을 요구하고 나설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경제5단체 부회장단과 함께 29일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하도급법이 통과하면 중소기업의 피해가 더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도급법 통과로 중소기업의 피해 방지를 위한 공정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중소기업이 부당 단가인하 등의 혐의를 신고하면 사실 관계 조사를 거쳐 그 결과가 손해배상 소송에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중기조합의 납품단가 조정협의가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조정절차를 설계하는 한편, 기업에 부담되지 않도록 협의 가이드라인 마련 등 제어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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