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운동회’는 마을 잔치였다. 시골의 작은 학교를 다녀서인지 운동회 날이면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와 동네 주민들까지 함께 어울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학부모들이 함께 하지 못하는 ‘운동회’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맞벌이에 지쳐 평일에 열리는 아이들의 운동회까지 신경 쓸 여력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네잔치는 말 그대로 ‘옛말’이다.

5월 1일. 충북도내 일부 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린다. 보통 ‘금요일’에 많이 열리는 운동회가 올해 ‘수요일’에 열리는 이유는 이날이 ‘근로자의 날’이기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가 쉴 수도 있는 날이라 운동회에 좀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서다.

근로자의 날은 ‘메이데이(May-day)’에서 시작된다. 1886년 5월 1일 ‘8시간 노동제 쟁취’와 유혈탄압을 가한 경찰에 대항해 투쟁한 미국의 노동자들을 국제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한 데서 출발했다. 우리나라는 3월 10일을 근로자의 날로 바꿔 기념하다 1994년 다시 5월 1일로 옮겨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근로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각국의 근로자들이 연대의식을 다지는 날. 근로자의 ‘잔칫날’이라 할 수 있어 ‘운동회’를 열기에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5월 1일 열리는 ‘운동회’에 얼마나 많은 학부모들이 함께할 수 있을까. 한 취업포털사이트 조사결과 국내 중소기업 2곳 중 1곳이 이날 정상근무를 한다고 한다.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법정 유급휴일’에 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중소영세업체의 경우에는 유급휴일에 따른 추가수당도 큰 부담으로, 직원들과 상의해 근무를 하면서도 추가수당도 주지 못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근로자의 권리를 선언하고 확인하는 ‘근로자의 날’. 근로자들이 함께 쉬며 기념하는 날에 아이들의 ‘운동회’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근로자들을 그려보니, 봄철임에도 가슴 한 구석이 시리고 서럽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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