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 편백숲 우드랜드

우드랜드 며느리바위 전경.‘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깊어지는 초록빛에 개나리, 목련, 벚꽃이 진 자리를 이름 모를 들꽃과 철쭉이 채우기 시작한다. 남도의 산과 들에는 이미 완숙한 봄이 자리 잡고 여행객을 유혹한다. 주말 하루 정남진 전남 장흥에서 봄의 꽃길, 숲길을 걸어보자.
장흥은 2007년 슬로시티로 지정되며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됐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물과 숲의 고장으로 이름이 높았다. 또 걸출한 문인들을 많이 배출한 문학의 고장이다. 최근에는 누드 삼림욕장으로 여행객의 이목이 쏠린다. 동양일보는 5월 길 여행으로 전남 장흥의
우드랜드 편백숲 말레길에서 힐링과 치유의 휴식여행을 떠난다.

●‘물’과 ‘숲’의 남쪽 고장 ‘장흥’
전남 장흥군은 ‘정남진(正南津)’이라 불린다. 서울 광화문에서 남쪽으로 똑바로 내려오면 닿는 곳이라는 의미다. 동해안 ‘정동진(正東津)이 그렇듯 정남진도 해돋이 명소로 이름이 높다.
장흥은 ‘물’과 ‘숲’으로 유명하다. 가는 곳마다 산이 병풍처럼 서 있고, 계곡엔 맑은 물이 넘쳐난다. 전남도립공원인 천관산을 비롯해 억불산·제암산·사자산·수인산·부용산 자락이 길손을 포근하게 반겨준다.
전남 3대강인 탐진강은 56㎞ 물줄기를 이루며 장흥읍을 가로 질러간다. 그것을 받아먹은 농산물과 축산물은 명품으로 팔린다. 사람들도 그 자연을 닮아 지금껏 오염을 일으키는 공장 하나 들이지 않았다. 장흥 앞바다 득량만은 송림이 우거지고 가는 곳마다 낚시터가 들어서 사시사철 인파가 몰려오는 곳이다.
장흥이란 지명은 고려 인종이 이곳 출신 공예태후를 맞아 의종·명종·신종을 낳은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내려줬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장흥(長興)’엔 ‘길이 번창하라’는 임금의 바람이 담겨 있다.

●‘치유’와 ‘느림’의 도시로 변신
전남 중부의 중앙에 위치한 장흥은 일제 때 헌병대가 있었고, 검찰과 법원이 일찌감치 자리 잡을 정도로 전남의 중심 도시였다. 그러나 농업과 축산업 등이 주된 산업이다 보니 이웃 고을보다 발전이 더뎠다. 그러던 장흥은 2000년대부터 때 묻지 않은 산과 계곡, 맑은 공기를 앞세워 ‘힐링’과 ‘느림’의 도시로 되살아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편백숲 우드랜드가 자리한다. 편백숲 우드랜드는 편백나무를 테마로 한 휴식공간으로 장흥읍이 내려다보이는 억불산(518m) 자락에 있다. 공원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다양한 체험을 하며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40년생 편백나무가 울창한 우드랜드에는 목재문화체험관을 비롯해 한옥촌·황토집·통나무집·목공예체험장 등 친환경 공간 28동이 속속 들어섰다. 하루 200명이 묵어갈 수 있는 규모지만, 평일에도 주차공간이 모자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여기에 편백소금집도 열렸다. 편백나무의 피톤치드향과 국내산 천일염을 이용한 피부질환 치유공간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디톡스’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용요금은 1인당 1만원(성인). 드라마 ‘대물’의 마지막 장면이 촬영된 통나무집 등 숙박시설도 있다. 이용료는 6만~20만원이며, 인터넷(www.jhwoodland.co.kr)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 전국 최초 누드 산림욕장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에는 누드 삼림욕장인 ‘비비 에코토피아’가 있다. 1만㎡ 숲속에 들어선 이른바 ‘나체촌’이다.
이곳은 아토피 등 환경성질환 치료를 돕는 풍욕장이다. 관리사무소 한 관계자는 “편백나무 숲에서 심신순화와 질병 예방효과를 느낄 수 있다”며 “누드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비비 에코토피아는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도록 대나무를 엮어 만든 울타리에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누드’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실 풍욕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나체로 다니는 게 좋지만, 풍속 문제 등으로 요즘엔 친환경 종이옷을 입고 풍욕을 즐긴다.
‘비비 에코토피아’를 이용하려면 관리사무소에서 종이옷을 받아 직원 안내를 받아 입장하면 된다. 오전 10시~오후 4시 이용 가능하며, 입장료 3000원을 내면 종이옷은 무료다.

●‘말레길’로 즐기는 ‘힐링’ 걷기
전국적인 ‘걷기’ 열풍 속에 장흥에도 치유의 길이 생겼다. 우드랜드에서 억불산 정산까지 등반할 수 있는 3736m ‘말레길’이 바로 그 것이다.
‘말레’는 장흥지역에서 쓰이는 ‘대청’이라는 뜻의 사투리다. 우드랜드 치유의 숲이 가족의 이해와 소통의 장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 길은 마치 대청처럼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나무 갑판(데크)을 이용해 억불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게 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흙 한 번 밟지 않고 정상까지 걸을 수 있는 특별한 길인 ‘말레길’.
이런 이유로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들이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가족단위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말레길은 맨발로 걸으면 지압효과가 뛰어나 가벼운 등산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장애인도 휠체어를 타고 등반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도근>

● 여행정보

● 여행 팁= ▷‘문림고을’ 장흥=장흥은 ‘문림고을’이라 할 만큼 학자와 문장가, 예술인을 다수 배출했다. 가사문학의 효시라 불리는 ‘관서별곡’의 저자 백광홍이 안양면 기산리 태생이다. ‘눈길’ ‘서편제’ 등 남도민의 한과 소리를 소설로 담애낸 소설가 이청준, ‘아제아제 바라아제’ ‘해산 가는 길’ 등을 쓴 한승원, ‘자랏골의 비가’ ‘녹두장군’ 등으로 유명한 송기숙 등도 이곳 출신으로, 100여명의 등단문인을 배출했다. 천관산문학공원과 천관문학관 등에 이들의 작품세계가 정리돼 있으니 꼭 한 번 찾아보자.
▷별미 ‘매생이탕’=장흥에 들렀다면 ‘매생이탕’은 꼭 먹어봐야 한다. 장흥의 토속음식인 매생이탕은 사실 겨울에 먹는 음식이지만, 요즘은 냉동기술이 좋아져 사시사철 매생이탕을 즐길 수 있다. 장흥에선 12월부터 매생이를 딴다. 바다와 같은 맛의 깊이에 바지락, 굴 등 해산물이 어우러져 먹을수록 뜨거운 맛이 살아난다. 봄에도 겨울 매생이가 기다려지는 맛이다.
▷우드랜드 가족체험행사=‘가정의 달’ 5월을 맞아 편백숲 우드랜드가 각종 가족 체험행사를 연다. 어린이날인 5일 만 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이 무료입장되며, 11일에는 목공예체험장에서 가족 책꽃이 만들기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18일은 말레길 맨발걷기 체험행사가 열리고, 25일에도 1일 힐링과 토요경매 체험 등이 진행되니 꼭 참가해보자.

● 문의=장흥 문화관광(travel.jangheung.go.kr·☏860-0224), 편백숲 우드랜드 관리사무소(www.jhwoodland.co.kr·☏864-0063), 매표관리소(☏864-7911), 목재문화체험관(☏864-0467), 편백소금집(☏864-7388)

● 가는 길=서울방면은 호남고속도로 문홍나들목(서해안고속도로→목포광양간 고속도로→장흥나들목 또는 호남고속도로 동광주 나들목→각화대로→2순환도로→지원교차로)→29번국도→초당 교차로초당 교차로→2번국도→순천~장흥 2번국도→장흥, 부산경남방면의 경우는 남해안 고속도로→순천IC→순천~장흥 2번국도

● 동양일보 5월 길여행=5월 18일(토) 오전 7시 청주시 율량동 동양일보 앞 출발(문의 cafe.daum.net/dyway·동양일보 문화기획단 ☏043-2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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