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책에 담을수 없는 여자’로 19회 지용신인문학상 받은 김관민씨

수상소감
 
고맙습니다.
감사한 분들이 정말 많네요.
일일이 언급하면 진부하고 지루할 것 같아 줄입니다.
그래도 스승님이신 최승호 시인을 빼놓을 순 없겠죠.
정말, 감사합니다.
! 그리고 훌륭한 선생님들이 심사해주시고 뽑아주셔서
영광입니다. 무엇보다.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즐겁게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한국 현대시의 신경지를 연 향수의 시인 정지용(1902~1950) 선생의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19지용신인문학상당선자로 화려하게 시인으로 데뷔한 김관민(30·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씨를 만났다.
동양일보와 옥천문화원이 공동 주관하는 19회 지용신인문학상의 등용문을 유종호(78·전 이화여대 석좌교수) 문학평론가와 신경림(77·전 한국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시인이 맡았다.
책에 담을 수 없는 여자는 그간 우리 시에서 보기 어려웠던 특이한 어법으로 신선한 느낌을 주고 쓸데없는 장식 없이 핵심으로 돌진하는 시법이 시에 힘을 더해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선소식을 들은 후 김씨는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즐겁게 시를 쓰는 시인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1984년 서울 출생으로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휴학중이다.
다음은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책에 담을수 없는어떤 계기로 썼나
하하하. 웃고 시작해야겠네요. 왜냐하면 책에 담을 수 없는 여자의 주인공과 어제 빵집에서 빵을 먹고 있을 때 당선 전화를 받았거든요. 저는 말했죠. “, 네 이야기가 뽑혔데.” 그녀는 웃었습니다. 사실, 이 시가 뽑힐 줄은 몰랐어요. ‘악성 종양이나 거울또는 단추가 좋았거든요.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사실, 팩트, 솔직함에서부터 시작했기에 책에 담을 수 없는 여자가 뽑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솔직한 게 최고니까요. 그리고 어젯밤, 보답으로 그녀에게 연어 회와 연어피자를 사주었습니다. 서른 살 남자는 시인이 되고, 스물세 살 여자는 연어를 먹고. 공평한 거래죠?”
 
-시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의식은
“‘집착입니다. 사랑에 대한 집착. 그러나 책에 담을 수 없는 여자를 통해서 는 집착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거죠. 사랑할 때 집착이란 망토는 거추장스러울 뿐입니다. 모두 벗어 던집시다.”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땐 어떤 생각 드는지
질문이 거창하네요. ‘세상에 내놓을 때. 맞는 말이지만, 부끄럽습니다. 그때그때 달라요. 어떤 건 스스로 잘 썼다 생각하고, 어떤 건 의심되어 지인의 의견을 묻습니다. 쉽게 고칠 때도 있고 고집부릴 때도 있죠. 가끔 소재가 고갈되어 앞으로 시를 못 쓰는 게 아닐 지 걱정도 합니다. 그러나 대체로 재밌습니다. 재밌다, 는 생각이 우선입니다.”
 
-작품을 구상하며 의식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을(주제) 어떻게(스타일) 쓸 것인가 정하기, 한자어·관념어 안 쓰기(최대한), 쉽게 쓰기, 짧게 쓰기, 리듬과 묘사의 비율 정하기 그리고 솔직하기.”
 
-언제부터 시인이 되기로 했는가
열렬히 시를 사랑하고, 열렬히 시를 쓰고, 열렬히 시를 공부하고, 열렬히 시인이 되길 원했던 기간은 1년입니다. 짧다고요? 중요한 건 기간이 아니라 마음이겠죠. 마음에 한계는 없으니까요. 지난 1년 동안 매일 시를 썼고, 매일 시집을 읽었고, 시가 아닌 것들도 공부하며 영감을 얻었죠(랩을 통해 리듬을, 미술을 통해 이미지·묘사·발상을). 화가는 특히 마그리트! 바스키아와 앤디워홀도 사랑합니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뽑으라면 친구와 함께 방을 얻어 합숙했을 때네요. 한 달 정도 살았는데, 합숙소 이름은 상도동 시 합숙소였습니다. 그땐 컴퓨터도 TV도 없이 오롯이 시 쓰기에 전념했습니다. 이번에 투고한 시 대부분이 그 시기에 나온 것들입니다. 시집은 주로 외국시인 것들을 많이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뭔가를 읽으면 무의식적이라도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한국 시인들만 좋아하면 나중에 한계를 드러낼 것 같았기 때문이죠. 시뿐만 아니라 소설, 희곡에서도 영향을 받았고, 우리 학과 모든 교수님들에게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우리 과에선 전공을 나누지 않고, , 소설, 희곡, 드라마, 영화, 평론 등 모든 장르를 접하는데, 이것들이 서로 얽히고 얽혀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모든 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 모든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괴로웠던 적은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시를 쓰기 전, 2008년 남아메리카 여행을 통해 작가가 되기로 결심을 하고 2년 반 동안 소설만 썼을 땐 괴로웠어요. 공항장애도 왔었고, 조급한 마음에 서둘고, 서툴고 이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시를 투고했을 때는, 일말의 기대도 걱정도 없었습니다. 떨어져도 될 때까지, 계속 썼을 거란 걸 알았으니까요.”
 
-시인으로써 가장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당연히 칭찬받을 때입니다. 이건 시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죠. 청소, 요리, 섹스, 글쓰기, 운동, 과제, 발표, 딱지치기, 노래 등 인간은 칭찬받기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를 쓰는 사람에게 작품은 어떤 의미인가
작품 그 자체. 누군가는 조각가처럼 시를 조각하고, 누군가는 화가처럼 시를 그립니다. 또 누군가는 건축가처럼 시를 쌓아올리고, 다른 이는 음악가처럼 시를 작곡합니다. 모든 예술작품은 작품 그 자체로 생명을 가지지만 서로 얽혀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의 장점 중 하나는 재료가 공짜라는 것입니다. 언어는 공짜입니다! 시인의 팔레트엔 공짜 물감으로 가득하죠. 그리고 시는 언제, 어디서든 수정할 수 있어요. 이게 시의 매력입니다.”
 
-존경하는 작가는 누구인가
정말 많지만 시인만 말하자면, . 일단 스승님이신 최승호 시인이 있고요, 외국은 프레베르, 앙리 미쇼, 니콜라스 기옌, 기유빅, 네루다, 브링크 만 등이 있네요. 딱 한 명만 꼽으라면 프레베르입니다(프레베르는 프랑스의 국민 시인이자 거리의 시인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내도 최승자, 이성복 등 다양한데, 국외는 이미 돌아가신 분들, 국내는 살아계신 분들이 많네요. 그러나 저의 시 세계관을 확립할 때 사조로써 영향을 받은 건, 에즈라 파운드와 토마스 어니스트 흄의 이미지즘입니다(놀랍게도 이 두 사람의 시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사상만!). 하지만 요즘 가장 존경하는 작가를 뽑으라면 헤밍웨이입니다. 또 레이먼드 카버. 점점 미니멀한 것에 감탄하고 경의를 표하게 되네요.”
 
-자신의 시의 특성은
일단 한자어·관념어는 철저히 빼려고 합니다. ‘한자어·관념어형제는 독자의 머리를 흐립니다. 이런 단어들을 사어(死語)라 부르는 데요, 리듬을 강조하거나, 대신할 수 있는 단어가 없을 경우에만 씁니다. 그리고 쉽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누구나 쉽게 읽고 즐길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으니까요. 스타일의 특성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리듬을 강조한 시와 이미지를 강조한 시. 사실 이 둘을 합쳐 하나의 시로 쓰고 싶지만 어렵습니다. 언젠가는 리듬과 이미지 모두 훌륭한 시를 쓸 날이 오겠죠. 현재 제 역량으론 어림없고, 그냥 이 둘을 어느 정도 구분해 쓰고 있습니다. 이미지는 환상을 주로 넣으려 하는데, 늘 현실을 바닥에 깔고 환상을 입히려 합니다. 카뮈를 인용한 교수님의 말씀처럼 환상이 구름너머로 날아가면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으니까요. 이 부분에서 화가들, 특히 초현실주의자들의 작품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시인으로서의 꿈이 있다면
사람들이 시집을 많이 사고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구에서 우리나라처럼 시집이 자주 나오는 나라는 없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건 시를 좋아하는 그들만의 리그지 국민 전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시를 사랑한다면, 그건 그만큼 살기 좋아졌다는 뜻이겠죠(정서적으로). 그래서 시집도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스마트폰을 잘 이용하면 시를 즐겨 읽는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스마트폰으로 소설을 읽기엔 눈이 아픕니다. 요즘 사람들은 점점 짧고 느낌 있는 것들을 원하는데, 시가 답입니다.” <김재옥>
 


작품소개
 
책에 담을 수 없는 여자
김관민
 
미안해요, 당신을 윤리책에 담으려 했어요
당신의 신발을 신발장에만 가두려 했으니
당신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미안해요, 당신을 수학책에 담으려 했어요
당신의 모든 걸 계산하려고 했으니
당신은 얼마나 지루했을까요
 
미안해요, 당신을 국어책에 담으려 했어요
당신을 그렇고 그런 이야기 속에 살게 했으니
당신은 얼마나 심심했을까요
 
미안해요, 당신을 음악책에 담으려 했어요
당신의 눈에 들리지 않는 음표들만 늘어놓았으니
당신은 얼마나 짜증났을까요
 
정말 미안해요,
당신은 책에 담을 수 없는 여자인데
당신은 책이 아닌 이렇게 내 앞에 서 있는데
나는 그동안 뭘 하고 있었던 거죠
 
, 정말 미안해요
또다시 당신에게서 답을 구하려 했네요


심사평
 
쓸데없는 장식 뺀 돌직구표현
시를 읽는 가장 큰 재미는 다른 데서는 들어보지 못한 말을 그 시에서 처음 듣는 데 있지 않나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인은 세상을 보는 남들과는 다른 눈과 귀와 손이 있어야 할 것이고, 거기서 남들과는 다른 어법이 나오게 되는 것이리라.
이번 응모작품은 그 양에 있어 전년보다 훨씬 많았고 수준도 결코 뒤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비슷비슷한 소리들이 많아 시를 읽는 재미가 반감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가운데서도 다음 작품들은 여러 면에서 심사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안개, 당신의 행방’(이주)은 우선 아름답다. 그윽한 수묵화 속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안개가 자욱한 숲길을 걷는 느낌도 주면서, 특히 뒷련에 이르러서는 사람 사는 일의 아득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빼어난 서정시로 읽어 틀림이 없겠지만, 자기만의 목소리나 어법이 모자란다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미안하다’(김동연)는 말하자면 환경시라 할 수 있겠는데, 호소력도 있고 표현에 무리는 없지만 너무 뻔한 소리다. 옳은 소리, 지당한 말씀이 다 좋은 시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잘 지내니?’(조영훈)는 발랄한 발상과 표현이 장점이다. 하지만 외국어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걸린다. 시 하면 일단 폼을 잡고 인상을 쓰고 보는 것도 가관으로 그런 점을 극복하고 있는 면은 살만하지만, 이 작자의 다른 시들은 어쩐지 좀 가볍다는 느낌을 준다.
책에 담을 수 없는 여자’(김관민)는 우선 어법이 특이하다. 이 점은 같은 작자의 악성종양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는데, 이런 어법은 우리 시에서 보기 어려웠던 터여서 신선한 느낌을 준다.
쓸데없는 장식 없이 핵심으로 돌진하는 시법도 시에 힘을 더해준다. 당선작의 수준이 된다고 생각되는 이상의 네 작품을 놓고 토의한 끝에 심사자들은 김관민의 책에 담을 수 없는 여자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그의 앞으로의 활약에 크게 기대를 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