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영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주민센터

 

 

사회복지현장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양한 가정을 만났다.

사업부도로 집나간 아들의 자녀들을 돌보는 조손가정 할머니, 정신질환자 딸과 어린 손자를 돌보는 고령의 할머니, 결혼도 못하고 뇌병변 장애인 어머니와 정신질환자 누이를 돌보는 남동생, 어려움 속에서도 억척스럽게 자녀들을 열심히 양육하는 한부모가정과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위기가정 등이 있었다.

그 속에는 생계비가 적게 나온다고 의자를 들고 행패를 부리던 알코올중독자 아저씨의 욕설도 있고, 연락이 되지 않는 독거노인 집을 경찰관과 문을 따고 들어가 쓰러져 있던 할머니의 생명을 구한 소중한 경험도 있고, 고맙다고 은행열매와 가래떡을 보자기에 곱게 싸서 인사 이동한 부서까지 찾아왔던 할머니의 따뜻한 기억도 있다.

얼마 전 어느 강연에서 모든 사람이 행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지는 않는다,

실패한 사람이 다시 모두 성공하지는 않는다, 행복은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회복지가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이유이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상담을 하다보면, 어렵고 힘든 사연에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있어서다. 특히 딱한 사정에도 제도의 한계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을 때는 몹시 난감하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사례관리사, 지역복지관, 학교 등 관련기관과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여 다각적인 서비스 연계로 대상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보다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때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한 생각으로 다시 힘이 난다.

우리지역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들이 많다. 사람은 보려고 하는 것만 보려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어려운 이웃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작지만 뜻 깊은 후원이나 봉사를 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독거노인 집을 방문했던 통장님이 도움을 요청했다. 평소 집안을 못 들어오게 하셔서 주로 후원품을 현관문에서 드렸던 분이다. 불편해하시는 할아버지를 설득해 집안에 들어가 보니, 오래된 음식들과 먼지들, 방한구석 가득 쌓여있는 소주병들이 외롭고 단절된 할아버지의 마음을 그대로 보고 있는 듯했다. 자원봉사대에서 대청소를 해주셔서 묵은 쓰레기와 먼지를 깨끗이 치워드렸다.

분평동은 우리(지역)가 함께 돌본다는 의미의 ‘we-care서비스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지역통장님 45명이 280여명의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월 1회 이상 가정방문하여 안전 확인과 필요한 서비스 및 욕구를 파악해왔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선별해 노인복지센터에 우울증 심리 상담을 연계하고, 시니어클럽 등에 말벗서비스를 의뢰해왔다. 또 지역교회에서는 매월 20여명에게 밑반찬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매년 학교와 연계해 저소득 자녀 학생 14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타인의 삶에 행복을 기여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이웃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보인다. 그 일은 어려운 이웃을 동주민센터에 알려주기, 거동이 불편한 이웃의 산책을 도와주기, 가끔 초인종을 눌러 안부를 물어보기, 반찬 나누기 등도 해당된다. 행복바이러스는 돌고 돌아 내가 사는 우리 지역의 행복지수가 높아지고, 결국 나의 행복지수도 높아진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우리도 주변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관심과 나눔을 실천하는 기회를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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