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지영수 부장

충북 제천의 한 아동 양육시설에서 아동에게 학대와 감금, 가혹행위를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아동들을 독방에 가두고 생마늘을 먹이는 등 관행적인 체벌과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아동 보호를 가장 우선시해야 할 시설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가 이어져 왔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시설 원장은 예배에 늦거나 장난을 친다는 이유로 직원을 시켜 나무나 플라스틱 막대로 아이들을 때리게 했는가 하면 욕설을 하는 아이이겐 생마늘과 청양고추까지 먹였다고 한다.

아동들은 길게는 수개월간 이곳에 갇혀 있었고, 고립 상태가 두려워 자살까지 생각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설이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 평가에서 2007년과 2010년 두 차례나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는 대목에선 할 말을 잃는다.

2010년 평가에서 체벌 금지와 관련해 만점(4)을 받았고, 직원들한테 체벌금지 서약서를 받고 체벌자 규정을 두는 등 다섯 가지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이 영육아원을 소유한 사회복지법인이 9년째 아동학대를 감시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원장이 지난 3월 이전까지 기관장을 겸직하는 상황에서 실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웠다.

이 법인은 2004년 정부 허가를 받아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만들었으며, 제천·단양·충주 지역 아동학대를 감시한다. 전국 46곳의 아동보호전문기관 중 하나다.

이 보호기관과 영육아원이 다른 시설이긴 하지만 소유주가 같아 제대로 아동학대를 조사하기 힘든 구조를 지녔다.

이 영육아원은 50년 전 외국인 여성 선교사가 설립한 아동양육시설로 대부분 버림받은 영아와 유아들을 보살펴왔다. 최근까지 보호해온 아동 수는 1232명에 이른다.

주민들은 이런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온 이 시설을 지역의 자랑으로 여겨왔다. 지난달 23일에는 이 시설 창립 50주년과 정년 퇴임식이 열렸고, 지역 기관장들이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이번 문제는 관리·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데서 비롯됐다. 해당 지자체는 한 차례도 문제의 독방을 점검하지 않았다.

2010년 일부 교사의 체벌을 확인하고도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2011년 이후 실시한 시설점검에서도 인권침해 여부를 적극적으로 살피지 못했다는 게 인권위 지적이다.

전문성과 인력의 한계로 인해 보조금이 목적에 맞게 쓰였는지 회계를 점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차 관리 책임은 제천시에 있다. 시와 충북도 재원으로 이 영육아원에 연간 12억원의 인건비·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시는 지난 2010년 이 시설에 언어폭력과 종교생활 강요 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폭행이 없어 큰 문제가 아닌 걸로 봤다는 게 제천시의 설명이다. 지난 2011년과 지난해 점검 때는 아동을 면담하지 않고 점검표를 작성하는 데 그쳤다.

 

훈육과 체벌, 학대를 구분하지 못하는 건 우리나라 아동복지의 수준이 후진적이라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고발된 영육아원 원장 등에 대한 철저한 검찰 수사도 중요하지만 다른 양육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

아동 양육시설의 주인은 당연히 아동이다. 그 당연한 사실을 잊은 채 아이들을 힘으로 다스리는 건 범죄행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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