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주 청주시 흥덕구 민원봉사과

지난 285회 아카데미 수상작이 발표됐다.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는 아르고로 영화의 배경은 반미감정이 최고조에 달한 1979년의 테헤란이다. 테헤란 소재 미대사관이 반미 시위대에 의해 점령당하자 대사관 직원을 구출하기 위해 미국 CIA 요원의 기발한 작전이 펼쳐지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여권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영화의 중심에서는 좀 벗어나지만 대사관 직원을 구출하기 위해 잠깐 등장하는 캐나다 위조여권이었다.

위조여권은 이미 흔하게 등장하는 영화의 소품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는 영화 속의 얘기만은 아니다. 얼마 전 위조여권 적발사례가 많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여권이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사례는 그만큼 여권관리의 중요성을 짐작케 한다.

여권법에서 여권을 2회 이상 분실한 경우 수사기관에 경위 확인의뢰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분실신고자의 경우는 입출국 심사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렇듯 여권분실자에 대한 강경한 법규정은 여권밀매 등 여권이 여러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들로 인함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단순분실에 불과한데 그럼에도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들은 여권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여권민원업무를 보며 흔하게 접하게 되는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상식들, 그 허()와 실()에 대해 소개해 보겠다.

1. 여권만 있으면 어느 나라든 입출국이 가능하다?

여권은 소지자의 국적 등 신분을 증명하는 국제 신분증이다. 입국 사전허가는 비자라고 보면 되며 이는 해당국가 대사관 권한이다. 물론 사증면제협정에 의해 무비자로 입국 가능한 국가도 있다.

2. 단수여권, 1년 동안 계속 쓸 수 있다?

단수여권은 1년의 기간을 부여해주지만 말 그대로 단수(單數·단일한 수)의 여권이기 때문에 1회에 한해 입출국할 수 있는 여권이다. 횟수에 상관없이 사용가능한 여권은 복수여권이다.

3. 여권신청은 여행사를 통해 위임가능하다?

2008825일부터 전자여권이 발급, 본인신청제가 되었다. 18세미만 미성년자의 경우는 친권자가 발급신청하고, 성인의 경우는 본인이 직접 신청하여야 한다.

4. 유효기간 만료 전에 기간연장 하는 게 유리하다?

기간연장은 2008628일 이전에 발급된 10년 미만의 신규 복수여권에 한해 가능하며 만료 전 1년부터 만료 후 1년 이내에 신청하면 5년 연장이 된다. 그렇지만 성인의 경우 새롭게 10년 기간을 부여받을 수 있어 기간연장의 메리트가 크지 않다.

5. 여권 사진, 집에서 대충 찍는다?

여권사진은 외국에서 본인확인을 위한 중요한 정보가 되는 것으로 35개의 사진규정이 있다. 복잡한 사진규정에 맞게 찍기엔 전문가가 찍은 사진이 적합하다고 본다. 물론 개인적으로 촬영하였어도 사진규정에 적합하다면 문제가 안 된다.

6. 전자여권은 카드형태로 제작된다?

기존 여권과 외형적으론 유사하다. 수첩식으로 제작되며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전자칩이 뒷표지에 내장된다. 전자칩 안에는 개인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7. 분실한 여권을 다시 찾으면 버린다?

그렇지 않다. 여권대행기관을 방문하여 습득신고를 반드시 하자. 분실자에 대한 불이익이 많기 때문에 주의할 점이다.

이상으로 여권에 관한 잘못된 상식들을 적어보았다. 여권이 외국에서 사용되는 용도는 다양하겠지만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쓰이는 경우는 역시 설렘 가득한 여행이다.

집 나가면 고생이란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세계는 한권의 책이란 말이 아니더라도 여행이 주는 의미가 크다는 건 이미 모두 공감하는 사실이 되었다. 배움이 있는 여행,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을 만드는 여행. 멜로영화 한편처럼 또는 가족영화 한편처럼 아름다운 장면들로 채워지는 여행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여권 분실로 인해 숨막히는 공포·액션 영화를 찍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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